거친 항해를 녹이는 따뜻한 손길
거친 항해를 녹이는 따뜻한 손길
  • 김남석 기자
  • 승인 2018.12.06 2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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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로스의 쉼터, 선원센터

_항해가 끝나고 배가 정박하면 배에서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차량을 요청한다. 잠시 후 선원들을 태울 차량이 도착하고 이들을 태운 차량이 어디론가 향한다.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던 ‘마도로스’들은 항구에 도착하면 이곳, 선원센터(Seamen’s Club)로 향한다. 선원센터는 선원들이 쉴 수 있고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마도로스의 쉼터, 선원센터를 소개한다.

짧은 시간 어떻게 활용할까?
_선원들은 배를 타고 전 세계 항구를 드나들며 화물을 수송한다. 짧게는 몇 주, 길게는 수개월 동안 승선한 이들에게 위안이 되는 것은 도착한 항구에서의 달콤한 휴식과 짧은 여행이다. 선원들은 항구에 도착해 화물을 내리거나 싣는 동안 잠시 주변 도시를 여행하거나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하지만 잘 모르는 타지에서 짧은 시간 만에 이 같은 활동을 하기란 쉽지 않다.
_이러한 곤란한 상황에 필요한 것이 바로 선원센터다. 일정 규모 이상 외항의 경우, 외국 선원들을 위한 선원센터가 대부분 있다. 선원센터에서는 차량을 보내서 선원들을 센터로 데려다주고, 나중에는 정해진 시간에 맞춰 다시 항구로 보내준다. 짧은 여행을 위한 가이드 역할도 자처한다. 하지만 이런 도움을 주면서 선원들에게 특별한 보수를 받지 않는다. 과연 이곳은 누가, 어떤 목적으로 만든 곳일까?

선원들의 안식처
_선원센터는 선원들의 안식처와 같은 역할을 한다. 선원센터는 선원들에게 휴식공간과 편의시설을 제공한다. 특히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Wi-Fi를 제공한다. 항해 중에는 값비싼 통신비용으로 인해 외부통신의 제한이 생길 수밖에 없다. 때문에 선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Wi-Fi와 같은 인터넷이다. 과거 전화만을 사용해서 가족들과 연락하던 시절과 달리, 스마트폰이 발달한 오늘날 Wi-Fi는 가뭄의 단비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컴퓨터 등을 사용할 수 있어 선원들에게 인기가 많다.

선원센터 내부 식당 모습
선원센터 내부 식당 모습

_또한, 맛있는 선원센터의 음식도 빠질 수 없는 자랑거리다. 선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식당은 인근 지역의 ‘맛집’으로 추앙받기도 한다. 부산 남구 감만동 신항 8부두 근처에는 미국 선원들에게 인기가 많은 선원센터가 있다. 예전에는 내국인의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었지만, 요즘은 간혹 출입의 기회가 주어지는데 ‘맛집 블로거’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고 싶어 하는 스테이크 집으로 유명하다.
_한편, 선원센터에서는 그 지역의 기념품이나 생필품, 지역 특산품 등을 판매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한국 특색이 있는 기념품이 인기다. 한국의 전통 공예나 기념품에 관한 관심도 또한 높다.

지역 특색이 있는 물건을 살 수 있는 기념품점
지역 특색이 있는 물건을 살 수 있는 기념품점

_선원센터에서 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일은 ‘방선 활동’이다. 방선 활동은 선원센터의 직원들이 직접 배를 방문해서 선원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선원센터는 선원들의 종교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특정 종교의식을 중요시하는 국가의 선원들에게는 크리스마스나 부활절, 바다 주일 등 행사 때 선원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선물을 전하기도 한다. 마음 둘 곳 없는 선원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기 위한 노력이다. 대다수의 선원센터가 기독교 단체에 의해 운영되는 만큼, 모든 센터에는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물론 ‘종교에 상관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므로 타 종교를 배척하지는 않는다.
*바다 주일 : Sea Sunday. 기독교 단체에서 특정일에 선원과 그 가족을 위해 기도하는 날

바깥으로의 창구
_선원센터는 선원들에게 바깥으로의 창구 구실을 한다. 처음 선원들이 입항해서 선원센터에 들어가면 바깥으로 나가기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다. 달러를 현지 돈으로 환전해주고, 관광 지도를 제공하거나 관광 가이드를 해준다. 관광지의 종합안내소와 같은 역할과 같다. 일부 선원센터는 도심에 있기도 하며, 혹은 도심까지의 셔틀을 제공해서 선원들이 편리하게 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선원센터를 이용한 선원들의 표시
선원센터를 이용한 선원들의 표시

_한편,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에서는 버스로 ‘움직이는 선원센터’를 만들어서 부두에서 직접 복지를 제공해 준다. 이는 입국 허가증(Shore Pass)을 발급받지 못한 외국인들과 바쁜 일정으로 인해 선원센터를 가기 힘든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범 운행 중이다.

부산의 선원센터
_우리대학이 위치한 부산은 기존의 북항과 신항만이 함께 위치한 국내 제1의 항구도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외항 지역에 비해 많은 선원센터가 있다. 대표적으로 중구 중앙동에는 가장 큰 선원센터 ‘부산크리스천해양연합회(PUCMA)’가 존재한다. 기독교 단체와 천주교 단체들이 함께 모인 본부로, 선원들을 위한 종교시설을 갖추고 연합 정책을 기획한다. 또한, 중구 대청동 ‘부산해양사목’, 부산 남구 ‘The Mission to Seafarers’가 있으며, 강서구 부산신항에는 ‘부산신항 선원센터’가 있다. 여러 장소에 흩어져 있지만, 선원센터가 하는 일은 부산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비슷하다.
_부산 북항 인근에서 26년째 선원센터 ‘The Mission to Seafarers Busan’에서 근무하는 박종옥 씨는 “내가 근무하는 선원센터는 영국 성공회에서 설립한 곳으로, 전 세계 200개 지부 중 하나”라며 “전 세계적으로 많은 종류의 선원센터가 있다”고 말했다. 재정 문제에 대해 묻는 질문에 그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서 선원들의 복지에 관한 관심이 적다”며 “기부문화가 발달 돼 있지 않기 때문에 영국 성공회로부터 전적인 재정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북항 터미널 앞 ‘The Mission to Seafarers Busan’
북항 터미널 앞 ‘The Mission to Seafarers Busan’

_선원센터에서 일하며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에 대한 질문에 박 씨는 “선원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가 가장 보람차고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며 “고된 항해를 끝내고 선원센터로 와서 가족들과 통화를 하고 즐거워하는 표정을 보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고 웃으며 답했다. 그에게 선원센터는 보람이었다.
_국적이나 인종, 종교에 상관없이 오직 바다 사나이 마도로스를 위한 선원센터는 오늘도 선원들이 잠시 고된 일에서 벗어나 타국에서 쉴 수 있는 따뜻한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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