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치골함성] 여행은 '여기서 행복할 것'의 준말
[아치골함성] 여행은 '여기서 행복할 것'의 준말
  • 한국해양대신문사
  • 승인 2019.07.0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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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사글로벌학부18_정욱태

_작년 여름 이맘때, 아무 계획도 없이 그냥 떠나고 싶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늘 똑같은 제복을 입고 매일 30분간 차렷하는 인원점검 때마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떠올랐다.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기에 첫 해외여행을 일본으로 혼자 떠났다.

_처음 본 외국의 거리는 모든 게 신기했다. 공기의 질감마저 다르게 느껴지던 나는 진정한 자유를 얻었다는 생각에 심장 어딘가가 간질간질했다. 숙소에 도착해 일주일간의 간단한 여행계획을 세웠다. 구체적인 일정을 세우지 않고 여유를 가지니 매 순간 보고 경험하는 것들이 스스로를 알아가게 했다. ‘나는 이런 걸 좋아하는 구나’, ‘나는 이런 걸 못 견디는 구나’, ‘나는 이런 걸 위해 다른 모든 걸 포기할 수 있구나등 여행은 스스로를 알아가는 진지한 가르침을 주는 시간이었다.

_홀로 떠난 여행은 생각보다 시련이 빨리 찾아왔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버스를 잘못 탄 걸 늦게 알아채고 이상한 곳에서 내리게 되었다. 숙소까지는 걸어서 3시간, 그냥 집에서 잠이나 잘 껄 사서 고생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_그러나 나는 3시간 동안 최고의 여행을 했다. 넥타이를 풀어헤친 정장을 입고 퇴근하는 한가정의 가장이 집을 들어가는 모습과 전철 속 꾸벅꾸벅 졸고 있는 사람들 등 일본의 저녁 풍경은 대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평범한 풍경에 나는 큰 감동을 받았다. 나는 대단한 무언가를 보기 위해 떠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아무것도 아니지 않게 여기게 되는 그 마음을 얻기 위해 온 것임을 깨달았다.

_나는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처음 보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여행 3일째 저녁, 도톤보리에서 나의 새로운 성격을 발견했다. 한 이자카야에서 따뜻한 사케를 3잔정도 마시니 양옆에 있는 사람들이 무척 궁금해졌다. 번역기를 통해 옆자리 사람들에게 지금 먹고 있는 복어죽 맛있나요?”라고 묻자 나에게 돌아온 것은 따듯한 복어죽 한 그릇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친해졌다. 먼저 다가가는 법에 자신감을 얻은 나는 다음날 저녁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이용해 근처에 있는 한국인 끼리 만나서 놀자고 제안했다. 20대 초반부터 30대 후반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중 한 명은 교토를 함께 여행하고 한국에서도 연락 중이다. 여행은 를 찾아주는 동시에 나와 가장 잘 맞는 친구도 찾아준다.

_온몸이 쑤시고 지칠 때로 지쳤다. 하지만 여행은 자주 없을 기회라 생각하니 누워있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숙소를 나섰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어도 기분이 좋아지질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여행 속 일요일이라 생각하고 조급해 하지 않기로 했다. 푹 쉬고 난 다음날 아침 숙소를 나서는데 마치 여행의 첫날처럼 상쾌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평일만 있는 일상이 잔인하듯 열심히 여행하는 순간만 가득한 여행도 잔인하다. 여행에도 일요일이 필요한 것이다.

_일본여행은 20년 인생 중 가장 행복한 일주일이자 스스로에게 잔소리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여행은 내 인생에서 전성기다. 겨울방학이 되고 나는 여행을 잊지 못해 또다시 필리핀으로 한 달간 떠났다. 여행을 어디로 떠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여기서 행복할 것’, 그 다짐만으로 여행의 준비가 된 것이다.

해사글로벌학부18_정욱태
해사글로벌학부18_정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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