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승선생활관, 치열했던 3주의 기억
봄날의 승선생활관, 치열했던 3주의 기억
  • 장영경
  • 승인 2022.05.05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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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코로나로 인해 외출 및 외박이 제한됐던 해사대생의 개강 후 3주. 학교는 폐쇄된 공간 속 늘어가는 감염자들을 승선생활관 내에 일부 격리시켰고, 이들에 대한 돌봄은 오로지 사관부와 배급도우미 학생들의 몫이었다. 치열했던 3주, 그 당시의 목소리를 기록한다.

 

_개강 초 격리자 배급 도움 업무는 사관부 담당이었다. 그들은 코로나 확진으로 승선생활관에 격리된 학생들에게 도시락을 배부하고, 이를 수거하여 남은 밥을 처리했다. 그러나 코로나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나 사관부만으로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일반 학생 중에서 상점 30점을 혜택으로 한 학기 동안 도와줄 인원을 충원했다.

 

_문제는 감염도 높은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는 점이다. 당시 상황에 대해 2시설사관 김강산 학우(기관시스템공학부, 19)는 “격리자가 접촉했던 음식을 어떠한 방호복 없이 비닐장갑 하나 낀 채로 처리해야 했다”며 “상당히 위험한 환경에 있다는 사실은 인지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_또한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확진자로 인해 업무 강도 역시 나날이 높아졌다. 2항해사관 지민우 학우(항해학부, 19)는 “심할 때는 약 10명의 인원이 하루 600여 개의 도시락을 처리해야 했다”며 “배급 업무로 끼니를 놓치는 경우도 허다했다“며 당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인력 충원 이후에도 배급원 내 확진자가 증가하고 중도 포기 인원이 발생하자 업무 강도는 다시 원점이었다. 상점 30점의 혜택은 효과가 사라진 지 오래였다.

 

_열악한 환경 속에서 그들이 묵묵히 자리를 지킨 이유는 격리자에 대한 사명감과 서로를 격려하며 버텨낸 동료애였다. 본지는 배급 활동을 담당한 학우들에게 당시의 마음가짐에 관해 물었다. 김 사관은 “격리하느라 힘들고 서러울 텐데 밥이라도 제시간에 주고 싶었고, 다함께 고생하고 있었기에 더욱 노력했다”라며 격리자의 입장과 동료들을 생각했다. 지 사관은 “사관부가 포기하면 학생들이 방치된다는 걱정이 컸다”며 사관부로서 사명감을 생각했다. 보급생 A 학우는 “생각보다 업무 강도가 높았지만, 격리자 분들이 밥을 잘 먹었다며 고맙다고 해준 말이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며 활동의 뿌듯함을 생각했다.

 

_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에 대해 물었다. 김 사관은 “만약 앞으로도 배급 도움 활동이 지속될 경우,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시 “배급활동으로 인해 끼니를 못 챙긴 학생들에게 복지부서에서 사비로 급식을 챙긴 적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A 학우 역시 “활동 매뉴얼이 좀더 체계를 갖춘 뒤 재개됐으면 좋겠다”며 체계 개선을 말했다. 지 사관은 당시를 회상하며 “주어진 상점으로는 벅찰 만큼 나서기 힘든 일이었는데 다들 열심히 해줬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_한편, 해사대생 귀가 하루 전 보급생 60명을 추가 선발했다. 향후 배급 활동은 어떤 식으로 이뤄질 지 예의 주시할 필요성이 드러나고 있다.

사관부 제공
배급중인 활동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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