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식물을 지키는 시드볼트
사라져가는 식물을 지키는 시드볼트
  • 정예원
  • 승인 2022.09.01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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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방영된 <유 퀴즈 온 더 블록> 111회에 소개된 시드 볼트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방송에 출연한 시드볼트의 이하얀 팀장은 시드볼트의 의미, 종자 저장고에 들어가는 과정 등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또한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들의 수치를 제시하며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하기도 하였습니다. 다소 생소하지만, 국가적으로,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없어서는 안 될 시드볼트. 지금부터 함께 알아볼까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의 의미

시드볼트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seed(씨앗)vault(둥근 지붕, 저장실, 창고)를 합친 말로, 씨앗을 보관하는 저장실이라는 뜻입니다. 기후변화, 핵전쟁, 소행성 충돌과 같은 전 지구적 재난으로부터 식물 자원을 보호하고, 자원이 고갈될 경우 다시 재배해 부활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입니다. 이러한 의미와 목적 때문에 현대판 노아의 방주혹은 최후의 날 저장소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단 두 군데에만 존재하는 시드볼트

간단한 설명만 들었을 뿐인데도 시드볼트가 매우 중요한 시설이라는 건 아시겠죠? 그렇다면 시드볼트는 과연 몇 군데에 설립되어 있을까요? 이렇게 중요한 시설이라면 전 세계 곳곳에 설립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하실 텐데, 시드볼트는 단 두 군데에만 존재합니다. 물론 국가마다 식물 종자를 저장하는 시드뱅크가 존재하긴 하지만, ‘시드볼트와는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는 시설입니다. 시드뱅크와 시드볼트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뒤에서 더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시드볼트는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시드블트와 우리나라 백두대간 수목원에 위치한 시드볼트 두 개가 있습니다. 이 두 개의 시드볼트는 저장된 종자의 종류가 다릅니다. 스발바르 시드볼트에는 주로 작물 종자를, 백두대간 시드볼트는 야생 식물 종자를 주로 저장하고 있습니다.

씨앗은 한번 사라지면 복원할 수 없기에 관리가 중요합니다. 이에 각국은 자기 국가의 토종 종자들을 보관하기 위해 유전자은행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있다고 안심할 수는 없었습니다. 내전이 일어나 파괴되거나, 전력이 끊겨 문제가 생기는 곳이 있었고,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유전자은행에 있는 씨앗과 똑같은 씨앗을 더욱 안전한 은행에 맡기고자 하였습니다. 그렇게 2008, 전 세계 농작물 약 100만 종을 보관하고 있는 노르웨이 스발바르 시드볼트가 만들어졌습니다. 이후 2015, 야생식물 종자 약 95천 종을 보관하는 백두대간 수목원 시드볼트가 우리나라에 생겼습니다.

 

 

시드볼트의 시설과 종자 보관법

기후변화, 핵전쟁 등의 악조건 속에서도 씨앗을 지키는 시드볼트.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스발바르 시드볼트는 해발 130m 영구동토층의 사암으로 이루어진 바위산 속 지하 120m에 있어 지진, 핵전쟁, 기후변화, 소행성 충돌에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전기 공급이 끊기게 되더라도 영구동토층이 영하 3.5°C 이하로 온도를 유지해 보관하고 있는 씨앗에는 손상이 가지 않습니다. 백두대간 수목원의 시드볼트 역시 지하 46m에 강화 콘크리트로 지어져 외부 환경에 끄떡없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스발바르 시드볼트, ⓒ노르웨이정부
스발바르 시드볼트, ⓒ노르웨이정부

 

그렇다면 씨앗은 어떤 과정을 거쳐 보관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국내 여러 지역 및 해외 각국에서 보관 의뢰를 받거나, 연구자들이 직접 수집한 종자들이 시드볼트로 오게 됩니다. 이렇게 모인 종자들은 여러 단계의 선별 과정과 분석을 거치게 됩니다.

첫째, 종자는 먼저 수분을 빼는 과정을 거칩니다,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영하 20도의 시드볼트로 들어가게 되면 종자 속의 수분이 얼어 종자가 죽을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고자 일주일가량의 건조 과정을 거쳐 수분 함량이 5% 이하가 되게 합니다.

둘째, 씨앗의 크기에 맞는 체를 이용해 종자에 묻어있는 먼지를 털어주는 정선 작업을 합니다. 깨끗하게 씻을수록 종자 표면 구조를 분석할 때 보다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셋째, 종자를 선별하는 작업을 합니다. 자연에서 수집한 종자는 죽은 씨앗이 섞여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죽어있는 종자를 골라내고자 X-선을 활용해 종자의 속이 비어있는지를 확인합니다. 또한, 종자 중에는 저온 저습 환경에서 살지 못하는 종류도 있는데 저온 저습의 환경에서 발아하지 않으면 보관을 할 수 없어 해당 종자는 단기간 저온에서 실험이 필요합니다.

넷째, 종자를 저장하기 전 마지막으로 검사를 합니다. 향후 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모으는 단계로, 종자 표면의 특성은 재료공학에서 활용도가 높습니다.

다섯째, 네 단계를 거쳐 선별된 종자들은 특수 제작한 병에 담겨 보관소로 옮겨집니다.

 

시드볼트와 시드뱅크

시드볼트는 이름 그대로 씨앗을 저장하는 금고라는 뜻입니다. 그에 반해 시드뱅크는 연구와 일반적인 식물 재배를 목적으로 단기간 씨앗을 저장하는 장소입니다. 지금 당장 필요한 씨앗을 뿌려 무언가를 획득할 수 있게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시드볼트는 현재보다는 미래를, 시드뱅크는 현재를 위한 시설인 것입니다.

시드뱅크는 현재를 위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씨앗을 쉽게 꺼낼 수 있지만, 시드볼트는 미래를 생각하는 장소이기에 씨앗을 꺼내는 상황이 신중하고 중요합니다. 기후변화, 핵전쟁 등 전지구적인 재난에 의해 식물이 멸종하는 것을 막고자 지상에 해당 종자가 남아있지 않게 될 때 문을 여는 것이 시드볼트입니다.

 

기후변화와 시드볼트

전세계에 단 두 곳 존재하는 시드볼트가 어떻게 기후변화에 대한 방안이 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서 먼저 우리는 멸종 위기 식물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생태계는 크게 생물체계를 의미하는 바이옴(Biome)과 그들의 생활환경인 서식처(Habitat)로 구성되며, 이를 구성하는 많은 요소가 서로 밀접하게 상호연관성을 지닙니다. 하지만 2016년 홍콩대와 플로리다대가 공동 작성한 연구논문에 의하면 지구 생태계의 약 82%가 이미 기후변화로 인해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식물들의 유전자를 변이시키고 있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높은 온도에 적응하기 위해 나타나는, ‘돌연변이인 것입니다. 식물이 사라지는 것은 환경적 측면 뿐만 아니라 생태계 피라미드 위협, 인간의 생존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현재 식물의 약 40%가 기후변화와 인구증가 등으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식물의 멸종은 단순히 해당 식물의 멸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동물의 멸종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보호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역할을 시드볼트가 하고 있습니다.

 

시드볼트의 중요성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이하얀 팀장이 한 말이 있습니다.

저는 이 시드볼트에 있는 종자가 꽃을 피운다는 상상을 하지 않습니다. 그 말은 이 지구에서는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뜻이기 때문에, 시드볼트에 있는 종자는 영원히,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이하얀 팀장은 이 말과 함께 식물 멸종의 상황은 절대 와서는 안 될 상황이라 설명했습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기후변화로 식물에 필요한 핵심 영양분인 질소를 얻을 수 있는 양이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나무 등 식물이 약해지면 이를 주식으로 하는 동물들의 영양 섭취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양이 줄며 온난화가 악화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현재(2011~2020) 지구의 지표면 온도는 산업화 이전(1850~1900) 대비 1.09도 상승하였고, 온실가스의 배출량과 관계없이 향후 20년 이내에 지구 평균온도가 1.5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한 해, 한 해가 지날수록 심해지는 지구의 온도 변화와 이상기후를 더욱 확연히 체감할 수 있습니다. 지구가 점점 망가져가는 현 상황에서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방법을 찾아내지 않으면 식물들은 점차 사라지게 되고, 결국 시드볼트의 씨앗을 사용해야 할 지경에 이르게 될 지도 모릅니다. 이하얀 팀장의 말처럼, 시드볼트의 종자가 영원히 세상 밖으로 나와 꽃을 피우는 날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시드볼트의 문이 영원히 열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참고자료>

기상청, “기후위기 시대, 환경을 위한 저금! 시드볼트에 대해 알아보자!”, <네이버 블로그>, 2021.08.24., https://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kma_131&logNo=222482458705&parentCategoryNo=&categoryNo=15&viewDate=&isShowPopularPosts=false&from=postView

한정호, “전 세계에 단 2! 종자 저장고 시드볼트가 한국에 있다”, <YTN 사이언스>, 2021.05.28., https://science.ytn.co.kr/program/program_view.php?s_mcd=1142&key=202105281740275536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종자저장소, 그것이 알고 싶다”, <네이버 블로그>, 2017.02.01., https://blog.naver.com/keiti_sns/220923475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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