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흔
해사법정학부 황승호
영도의 어느 자그마한 해변에 서면
바다를 마주 보고 가장 시린 겨울을 보내는
바위들의 거대한 단상을 볼 수 있습니다.
파도에 찢기는 고통을 아십니까.
나는 이 겨울의 가장자리에 잠시 머물렀다 가는 길,
스치는 바람 한 점에도 쓰라려 온몸을 벌벌 떠는데
파도에 찢겨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고통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요.
단상 위의 당신들께선 그런 겨울의 가운데에
어떻게 굳건히 설 수 있는 걸까요.
이런 나약한 질문에 호통이라도 치듯,
그들은 어제보다 더 강한 상처를 입어도 미동조차 하지 않습니다.
상처가 많은 바위는 그렇지 않은 것보다 몇 배는 더 강인해보입니다.
상처가 많기 때문에 강한 것은 아니나, 베이고 깎여나간 자리가
볼품없기는커녕 더 매섭고 굳건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내게 남을 상흔을 볼품없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나 돌아봅니다.
상처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면, 더는 그것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파도에 어렴풋이 반사되는 나약한 겁쟁이는 조금씩 강한 사람이 되고 있습니다.
영도의 어느 자그마한 해변에 서면
바다를 마주 보고 겨울의 한 가운데를 지나는
강해지고 있는 나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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