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우리대학은 어디까지  
챗GPT, 우리대학은 어디까지  
  • 최세이 기자
  • 승인 2023.04.2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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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지난 2월, 동아일보에 따르면 수도권 소재의 한 국제학교가 ‘챗gpt’를 이용해 영문 에세이를 작성한 학생들을 전원 0점 처리하며, 국내 교육기관에서 챗gpt 사용을 부정행위로 규정한 첫 사례가 확인됐다. 해당 학교 측은 “챗gpt 사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GPT제로(Zero)’ 프로그램으로 에세이 과제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_전 세계가 챗gpt를 이용한 교육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국내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인공지능보안학부 소속 양현 교수(이하 양 교수)는 “대학은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 인공지능 기술의 고도화, 빅데이터 등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인 ‘챗gpt’라는 큰 흐름을 막을 수 없다”고 전했다.  

 


챗gpt란?


_챗gpt는 미국의 인공지능 연구소, 오픈에이아이(Open AI)가 2022년 11월 30일 자로 공개한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으로, 공개된 지 5일 만에 하루 이용자 수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 

▲챗gpt 사이트의 메인 화면 <출처=챗gpt 사이트 캡처>
▲챗gpt 사이트의 메인 화면 <출처=챗gpt 사이트 캡처>

 _챗gpt는 오픈에이아이에서 만든 대규모 인공지능 모델인 ‘GPT-3.5’ 언어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양 교수는 “일부러 프로그래밍하지 않아도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여 자동화하는 ‘머신 러닝’ 학습 방법 중, ‘지도 학습’과 ‘강화 학습’이라는 기계 학습 기술을 사용하여 인간의 글과 구분이 안 될 정도의 어려운 문장을 만들어낸다”며 “앞으로 더욱 데이터가 많아지고, GPT 언어 기술의 버전이 업그레이드되면 챗gpt는 지금보다 훨씬 더 똑똑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_최근 ‘GPT-4.0’ 버전이 업그레이드되며 기존 챗gpt의 유료 버전인 ‘챗gpt PLUS’가 공개됐다. 챗gpt PLUS는 ▲미국 의사 시험 ▲로스쿨 ▲경영학 석사(MBA) 등의 전문직 시험을 통과할 뿐만 아니라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의 읽기와 수학 과목에서 상위 10% 안에 드는 수준을 자랑한다. 국제무역경제학부 소속 김동구 교수(이하 김 교수)는 “사용자의 피드백이 증가할수록 챗봇은 더욱 빠르게 세상을 학습하고, 버전을 업그레이드하며 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 교육계는?


_지난 3월 14일, 교육부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제6차 디지털 인재양성 100인 토론회(포럼)에서 교육 현장의 챗gpt 이용 원칙 제정을 이화여대 미래교육연구소에 의뢰하여 ‘챗gpt 등 AI 기술의 교육적 활용 방안 연구’를 진행할 예정임을 발표했다. 같은 날,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과 ‘챗gpt와 인공지능(AI) 서비스로 창출하는 교육 기회’를 주제로 해외 석학 초청 세미나도 개최했다. 세미나에서는 챗gpt를 기존 디지털 콘텐츠 및 기술에 접목시켜 수업에 활용할 방안을 제시하고, 그 가능성과 한계점을 점검하고 논의했다. 


_교육부와 더불어 대학가도 현재 챗gpt 열풍이다. 서울사이버대학교는 교양 과목인 ‘메타버스 현황과 미래’에 챗gpt 사용을 의무화했다. 유용한 툴을 활용해 본인의 사고 한계를 넘는 것도 수업의 일부분이라고 받아들인 것이다. 고려대학교는 ‘미디어 테크놀로지와 문화’ 수업에서 챗gpt를 워크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민대학교는 지난 3월 국내 대학 최초로 ‘인공지능 윤리강령’을 발표하여, ▲인공지능을 맹목적으로 신뢰하거나 무조건 거부하지 않습니다 Fire fighting training이 진행 중이다. <제공=이하경 학우>인공지능의 결과물을 비판 없이 그대로 활용하지 않습니다 등의 조항을 통해 학생들의 챗gpt 사용에 주의를 강조했다. 

 

 

우리대학 수업에도 챗gpt 이용해


_우리대학에서도 챗gpt를 활용할까? 김 교수는 ‘문제해결알고리즘’ 수업에서 챗gpt를 활용한다. 그는 “수업 시간에 챗gpt에게 ‘문제해결 알고리즘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했을 때 기대하는 정답에 80% 가까운 정도의 답변을 하는 것을 보고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며 “학생들이 챗gpt를 직접 사용해보도록 과제를 내주었다”고 전했다.    


_교양교육원 홍효정 교수(이하 홍 교수)는 오히려 학생들에게 챗gpt 사용을 권장한다. 그는 과제에 "챗gpt에게 어떤 질문을 했는지, 그 질문에서 무엇을 얻었는지 첨부해야 한다"며 "본인이 재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답을 찾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같은 과제에서 어떤 질문이 가장 좋은 정보를 주는지 공유하고, 그 과정에서 수업 내용과 더불어 적절한 질문까지 학습하게 된다는 입장이다.    

       
_해사대학 A 학우는 과제에 직접 챗gpt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교수님의 소개로 처음 챗gpt에 대해 알게 됐다”며  “과제 중 챗gpt에게 궁금한 약어를 질문하고, 답변을 직접 수기로 적으면서 이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편하고 좋았지만, 내가 직접 고생해서 조사하고 찾은 정보를 학습하는 것보다는 잘 기억에 남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학우들의 인식은?

 

▲”챗gpt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으십니까?” 질문에 대한 응답
▲”챗gpt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으십니까?” 질문에 대한 응답

 _지난 3월 20일부터 28일까지 본지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우리대학 학우 173명 가운데, 63%가 챗gpt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챗gpt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이 53.8%, ”부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이 34.7%, ”잘 모르겠다”고 답한 비율이 11.6%를 차지했다. 그중 63.4%가 “과제 및 공부에 도움이 되어서” 챗gpt를 긍정적으로, 60%가 “과제 표절, 논문 대필 등의 논란이 있어서” 챗gpt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_더하여 ‘챗gpt가 대학 교육에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한 173명 중 “예”라고 답한 수가 95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아니요”라고 답한 수가 32명, ”잘 모르겠다”고 답한 수가 45명을 기록했다. 일부 학우들은 ▲”대학도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과제에 편리하다” ▲”사고 확장에 도움이 된다” 등을 챗gpt가 대학 교육에 필요한 이유로 설명했다. 반면, ▲”신뢰성이 부족하고 부정 사용 가능성이 있다” ▲”창의성이 파괴된다” ▲”스스로 개선하는 것이 아닌 인공지능에 의존할 것 같다” 등의 이유로 챗gpt가 대학 교육에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한 학우들도 있었다. 

 

 

챗gpt, 과연 대학 교육에 필요한가?


_김 교수는 “대화형 AI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사용자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며 발전하고 있다”며 “기술의 특이점을 넘어서는 순간, 상상하지도 못했던 속도로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대학에서의 교육도 이런 시대 변화를 당연히 반영해야 하며,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양 교수는 “인간이 공부하고 학습하기 위해서는 참고서가 필요하다”며 “챗gpt가 곧 튜터, 멘토의 기능을 수행해 참고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_한편 챗gpt와 같은 정보 생산형 인공지능을 교육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보의 정확성’ 때문이다. 챗gpt는 오류가 있는 불분명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딥러닝을 이어가며 틀린 정보를 논리적이고 그럴싸해 보이게 답하는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에 빠질 수 있다. 양 교수는 “챗gpt의 정보를 검증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며 “정보의 정확성은 챗gpt의 큰 결점이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수업에서 경제 관련 보고서나 보도 자료의 핵심 내용을 요약해 달라는 질문을 시연하고는 하는데, 명백히 거짓인 정보를 마치 사실인 양 그럴듯하게 제시하는 현상이 종종 발견된다”고 말했다. 

▲오류가 있는 질문에 잘못된 대답을 하는 챗gpt 출처=챗gpt 사이트 캡처
▲오류가 있는 질문에 잘못된 대답을 하는 챗gpt <출처=챗gpt 사이트 캡처>

 

 

논란의 중심에 선 챗gpt


_챗gpt를 활용한 과제 표절, 논문 대필 등의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본인의 지적 능력을 키우기 위한 과제물, 평가하기 위한 논문 등을, AI를 이용해 표절, 대필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하며 “윤리 교육과 동시에 부정행위를 탐지해낼 수 있는 기술을 위해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_홍 교수는 "모든 기술의 발전에는 양가 시선이 있듯이, 긍정과 부정이 존재한다"고 챗gpt의 부정적인 면을 인정했다. 이어 "학생들이 기술 발전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학내에서 챗gpt의 올바른 사용을 위해 다양한 정보 제공과 교육이 필요해 보인다"고 언급했다. 그는 교수학습개발원의 원장으로서 "교수학습개발원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교육을 준비하고 있으니 많은 참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우리대학, 아직 대응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_과제, 시험에 챗gpt를 이용한 것이 적발됐을 때 성적은 어떻게 처리될까? 학사과 최순희 학사팀장은 “부정행위 발각 시 즉시 퇴실, 해당 교수는 해당 교과목 성적을 F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며 “챗gpt에 관해 직접적으로 명시된 규정은 없지만 교수님의 판단하에 기타 사유로 해당이 되면 지침대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_아직 대학 자체에서 챗gpt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기획협력과 하정인 기획팀장은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 정책 방향이 현재로선 부재하다”고 밝혔다. 이어 “교수법을 혁신할 수 있다는 기대와 표절 악용에 대한 우려가 공존하고 있어 다양한 논의가 더욱 활발히 진행되어야 할 것 같다”며 “본부를 포함한 대학 행정에서 현재 챗gpt의 신뢰도로는 행정에 접목하기 어려움이 있어 교육부 및 타 대학들의 동향을 함께 파악해 가면서 대응 방향을 수립하고자 한다”고 대응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전했다.

 

 

올바른 사용 방안은?


_우리는 챗gpt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양 교수는 “고찰의 반복은 사람을 성장하게 하고, 새로운 아이템을 발견하게 한다”며 “챗gpt로 인해 정보를 만드는 것이 너무 쉬워졌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그는 “챗gpt의 답변을 의견으로만 받아들이고, 이에 자기 생각을 더하는 것이 챗gpt를 잘 활용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학생들이 시대의 변화와 기술의 진보에 더욱 잘 적응할 필요가 있고, 이에는 지적 능력과 판단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대의 변화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울 때, 챗gpt와 같은 기술을 활용하여 변화하는 시대를 이끌어가는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적인 말을 전했다. 


 _최근 카카오의 인공지능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이 한국형 챗gpt '코지피티(KoGPT)'를 올해 상반기에 출시한다고 밝히며 우리나라 교육에 미치는 인공지능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챗gpt를 비롯한 인공지능 기술에 관심과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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