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명에 “국립”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은
교명에 “국립”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은
  • 최세이 기자
  • 승인 2023.06.06 2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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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올해 하반기부터 우리대학 명칭이 “한국해양대학교”에서 “국립한국해양대학교”로 변경된다. 그러나 학우 중 일부는 교명에 ‘국립’이라는 단어를 넣어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립한국해양대학교’ 명칭이 적힌 르네상스 게이트 <제공=한국해양대학교&
▲ ‘국립한국해양대학교’ 명칭이 적힌 르네상스 게이트 <제공=한국해양대학교>

 
이제는 국립한국해양대학교

_지난 3월 교육부는 비수도권 소재 13개 국립대학(거점대학, 국가 중심대학)이 신청한 교명 변경을 일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국립학교 설치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에 따라 기존 교명 앞에 ‘국립’이라는 단어가 붙고, 학교 상징물이나 관인, 문서에 국립임을 나타내는 문구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우리대학 또한 교명 변경 허가를 기다려 온 학교로 국립학교 설치령 개정안의 입법예고 기간(2023.5.10.일까지)을 거친 후에 시행일(2023.9.1) 이후부터 ‘국립’ 명칭 부기를 신청할 예정이다. 

_교명에 “국립”을 붙이는 것은 학령인구 급감으로 인한 신입생 충원난 속 대학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국립대임을 강조해 대학의 인지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신입생 충원율 및 졸업생 취업률을 높이려는 것이다. 그러나 기획협력과 도근영 기획처장(이하 도 기획처장)은 우리대학은 “어쩔 수 없이 교명에 ‘국립’을 붙이는 방향이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국립대 위상을 강조하고자 하는 일부 국가중심대학(거점국립대와 교육대를 제외한 국립대)의 교명 변경이 지연되면서 국가중심대학 협의회에서는 명칭 변경 의사가 있는 대학 모두가 변경을 신청하자는 합의가 진행됐다. 우리대학 역시 이에 포함되어 국립을 명기하지 않아서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교명 변경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국립”이라는 단어가 필요할까

_이렇게 이뤄진 교명 변경이 실제로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본교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브리타임)에서는 “애초에 수험생들은 대학이 국립인지 사립인지 검색만 해봐도 알 수 있다”며 “‘국립’을 넣는 게 무슨 의미냐”고 불만을 제기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에 본지는 학우들의 교명 변경과 관련한 인식을 더 알아보기 위해 지난 5월 8일부터 16일까지, 약 일주일간 본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_응답한 267명 가운데, 교명 변경에 “별생각 없다”고 답한 학우가 42.7%, 교명 변경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학우가 33.7%,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학우가 23.6%를 기록했다. ‘부정적’이라고 답한 학우 중 37.4%는 “국립대학임을 강조해도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아서”를 그 이유로 설명했다. 학우 일부가 교명 변경이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A 학우는 “국립과 한국이 붙어있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말했고 이어 B 학우는 “국립학교임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학교 졸업 후 진로, 미래를 강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대학을 졸업한 C 씨는 “원래 국립이니까 교명을 바꾸는 것에는 긍정적이지만, 효과가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내비쳤다. 

 

우리대학, 차별화 정책의 필요성 인지하고 노력하고 있어

_“우리대학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금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응답한 학우 265명 중 68.7%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기존 경쟁력 제고 정책의 보완, 타 학교와 차별화된 실질적인 전략과 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 도 기획처장은 “학우들의 입장에 동의한다”며 “우리대학이 해양특수목적대학인 만큼, 교명 변경 말고도 해양 특성화 대학 정책 추진으로 차별화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_실제로 우리대학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재정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도 기획처장은 “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초는 학생의 역량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학 혁신 지원 사업을 통해 학생의 입학부터 졸업까지의 성장에 맞춰 학생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 이외에도 ▲지역 산업체와의 협업을 강화하기 위한 LINC 3.0 사업 ▲고급 연구 인력 양성을 위한 BK 사업 및 대학원혁신사업 ▲인근 해양클러스터와의 협력 체계 강화를 위한 혁신융합캠퍼스사업 ▲지역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RIS 사업이 진행 중이다. 

_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글로컬 대학 30』 또한 우리대학이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다. 이는 교육부가 지방대를 글로벌 수준의 대학으로 키워, 지역 사회와 경제를 이끌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취지로 지방대 30곳 이상을 ‘글로컬 대학’으로 선정해 대학 한 곳당 5년간 1000억 원의 국고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도 기획처장은 “우리대학이 글로컬 대학으로 선정된다면 특성화와 경쟁력이 매우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_교육부는 올해 10곳을 시작으로 2026년까지 총 30곳을 선정한다. 우리대학은 올해 글로컬 대학에 선정되기 위해 지난 5월 말 혁신 기획서를 준비한 뒤 제출했다. 이후 6월, 예비 선정이 되면 7월부터 9월까지 실행계획서를 작성 후 제출하고, 10월 본선 정의 절차로 진행될 예정이다. 도 기획처장은 글로컬 대학 30 사업 선정을 위해 해양특성화를 주축으로 하는 대학혁신 계획을 수립하고 있음을 밝혔다. 

 

우리만의 차별화된 정책

_지난달 경남 창원시는 내년부터 지역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에게 최대 100만 원의 ‘새내기 지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신입생 충원 난에 휩싸여 지자체가 경쟁력 제고 지원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부산대는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2023년도 인공지능융합혁신 인재양성(AI융합대학원) 사업에 최종 선정되어 AI융합대학원에 최대 4년간 63억 원을 지원받을 예정이다. 이를 통해 지역 전략 산업인 제조· 물류 분야를 중심으로 특화 교육과정을 운영해 지역 경쟁력과 발전을 도모하게 된다.

_지방 소멸 및 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가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 쉴 새 없이 포착된다. 우리대학도 그 변화에 발맞춰 타 대학보다 실질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과 차별화 전략을 지속해서 수립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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