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해상 풍력 발전과 '인공 에너지 섬' 계획
덴마크 해상 풍력 발전과 '인공 에너지 섬' 계획
  • 정연우
  • 승인 2023.07.1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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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가 갈수록 극심해지는 현재, 전 세계는 신·재생 에너지 발전과 사용에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유럽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더 많은 환경 정책과 규제를 시행하며 여러 가지 신·재생 에너지 발전을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북유럽에 있는 덴마크에서는 바다 위에 있는 신·재생 에너지 발전소가 많다고 하는데덴마크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 계획과 우리나라의 신·재생 에너지 발전 현황에 대해 지금부터 파헤쳐 보자.

 

풍력 강국 덴마크의 해상 풍력 발전 단지

 

▲덴마크 미들그룬덴 해상 풍력 단지, ⓒ미들그룬덴 풍력 발전 단지 협동조합
▲덴마크 미들그룬덴 해상 풍력 단지, ⓒ미들그룬덴 풍력 발전 단지 협동조합

 

위 사진에 나오는 풍력 발전소가 바로 덴마크의 신·재생 에너지 발전소이다. 언뜻 보기엔 다른 점이 없어 보이지만, 풍력 발전기가 서 있는 곳을 잘 보길 바란다. 그렇다. 지금 이 풍력 발전기들은 모두 바다 위에 서 있는 것이다. 사실 해상 풍력 발전소가 드물지는 않다.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제주 바다에 풍력 발전소가 서 있고, 해상 풍력 발전을 통해 얻는 전력도 미미하지만 있다. 덴마크가 해상 풍력 발전 강국으로 불리는 이유는 이러한 해상 풍력 발전소가 20217월 기준 14개나 운영되고 있고 그곳에서 생산되는 전기의 양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위 사진에 나와 있는 미들그룬덴 해상 풍력 발전소에서는 한국 해상 풍력 발전량의 절반에 달하는 전기를 생산해 내고 있으며, 덴마크 전체에 설치된 5,200여 개의 풍력 발전기가 생산하는 전력은 전체 전력 생산량의 20.8%, 총 누적발전 용량은 1,699MW(메가와트)에 육박한다.

덴마크는 우리나라와 같이 삼면이 바다로 이루어진 긴 해안선을 가지고 있고 풍부한 풍력 자원, 얕은 수심 등 해상 풍력에 유리한 조건이 두루 갖춰져 있는 그야말로 해상 풍력 발전을 위한 나라이다. 이런 자국의 상황을 잘 아는 덴마크 정부가 1973년 석유파동 이후 빠르게 에너지 정책을 바꾸면서 덴마크의 신·재생 에너지 사랑이 시작되었다. 덴마크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30년까지 총 전력 생산량의 55%를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하는 목표를 세웠으며, 3개의 해상 풍력 발전 단지를 추가로 건설해 최소 2,400MW의 발전 용량을 더 얻어내겠다고 발표했다.

 

그린 아일랜드 삼쇠’, ‘롤랜드

 

▲삼쇠 에너지 아카데미, ⓒvisitsamsoe
▲삼쇠 에너지 아카데미, ⓒvisitsamsoe

 

1970년대 석유파동을 피하지 못한 덴마크는 여러 에너지 정책을 펼쳐 자국 내 에너지를 신·재생 에너지로 열심히 대체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1997, 덴마크 환경에너지부는 재생에너지 아이디어 경진 대회를 주관하였고 환경에너지부가 삼쇠도 개발 프로젝트의 삼쇠 섬을 재생에너지 섬으로 지정하게 되면서 에너지 자립 섬 삼쇠가 탄생하게 되었다. 삼쇠 섬은 프로젝트 이후 10년 만에 완전한 에너지 자립을 이뤄내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경제난에 허덕이던 삼쇠 섬의 공동체는 재생에너지 분야 투자, 고용 창출을 통해 회생하였고 국제적 명성도 얻게 된 것이다. 현재 삼쇠 섬은 주민에게 전력 100%를 풍력 발전으로 지급하며 난방의 70%도 태양에너지와 바이오매스(화학적 에너지로 사용 가능한 식물, 동물, 미생물 등의 생물체)로 충당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은 섬 주민의 공동체 의식 및 협동조합 정신을 바탕으로 하여 재생에너지 설비 대부분을 섬 주민이 소유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삼쇠 섬의 일반 풍력 발전기 9개를 섬 주민이 개인 또는 공동 소유 중이며 나머지 2개 역시 협동조합으로 섬 주민이 소유하고 있다. 또 다른 특징은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지역난방 시설에 쉬운 기술을 사용하여 설비 설치와 유지보수가 섬 자체 노동력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이다. 이에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고용 창출이 늘었고, 2006년에는 삼쇠 에너지 아카데미도 건립되어 10개의 고임금 일자리가 추가 창출되었다.

삼쇠 섬은 에너지 자립 섬 개발 우수 사례로 선정되어 외국 정부, 지자체, 국제기구와의 교류가 활성화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 또한 울릉도와 삼쇠 섬의 ·재생에너지협력 MOU’를 체결하여 활발하게 교류 중이다.

덴마크에는 삼쇠 섬과 같은 에너지 자립 섬이 또 하나 존재한다. 수도인 코펜하겐의 남서쪽에 있는 롤랜드 섬이다. 이곳은 풍력, 바이오매스, 바이오 가스, 수소연료전지 등 신·재생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현장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 롤랜드 섬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섬 주민이 모두 사용하고도 남는 양으로, 잉여 전력을 독일이나 스웨덴 같은 인근 국가로 수출까지 하고 있을 정도이다.

1980년 덴마크가 주력으로 밀고 있던 조선 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조선소가 문을 닫으면서 덴마크는 높은 실업률과 경제난을 겪게 된다. 롤랜드 섬도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이런 롤랜드 섬을 다시금 일어날 수 있게 해준 것은 1980년대부터 들어선 풍력 발전기이다. 해상 풍력 발전 단지가 처음으로 건설된 곳도 바로 롤랜드 섬의 빈드비 마을 해안가이다. 1991450kW급 풍력 발전기 11기의 건설 이후 롤랜드 섬의 발전은 급성장세를 보였다. 1999년 롤랜드 섬에 자리 잡은 VESTAS(베스타스) 풍력 발전기 날개 공장은 인근 주민 700여 명을 고용했으며, 연관 산업을 포함해 롤랜드 섬 주민 2,000여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여 롤랜드 섬은 실업률을 40%에서 4%대로 낮출 수 있었다.

 

풍력 발전 이용한 인공 에너지 섬

 

▲인공 에너지 섬 조감도, ⓒVindø Youtube
▲인공 에너지 섬 조감도, ⓒVindø Youtube

 

전 세계가 2050 탄소 중립을 향해 가는 지금, 유럽 국가 중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덴마크는 해상 풍력 발전을 다르게 사용할 계획을 세웠다. 바로 세계 최초의 인공 에너지 섬. 인공 에너지 섬은 인근 해상 풍력 발전 단지와 연결하여 허브(hub) 기반으로 활용하는 개념이다. 덴마크가 구성 중인 인공 에너지 섬은 축구장 18개를 합쳐 놓은 크기로, 육지에서 80km 떨어진 바다에 조성된다. 이를 위해 풍력 발전기 200여 대가 주변에 들어설 예정이고, 에너지저장 시설, 수소 혹은 전기분해 공장, 에너지 변환 기술(P-to-X)과 같은 부유식 기술 장비 등이 함께 도입될 예정이다. 이 인공 에너지 섬이 구축되면 독일, 영국, 네덜란드 등 타국의 전력 수요도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해상 운송 등 유관 사업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에너지 섬 주변에 방어막을 설치하여 해수면 상승으로 말미암은 홍수 등 자연재해를 방지할 수 있다. 에너지 섬 내에는 주택 단지도 건축될 예정인데, 이곳의 약 20%를 저소득자와 학생에게 공급하여 현재 덴마크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주택난 해결에도 이바지할 것이라고 한다.

덴마크가 340억 달러(381,340억 원)이라는 큰 예산을 사용하면서 2033년까지 인공 에너지 섬을 만들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덴마크는 풍력 발전으로 이미 총 전력 생산량의 45%를 생산 중이나 2050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에너지원의 효율적 전기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덴마크는 신·재생 에너지의 공급 비율을 대량으로 높이기 위해 가장 쉽고 빠른 대규모 해상 풍력 발전 단지를 선택하였다.

인공 에너지 섬이 계획대로 조성되어 전기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단계에 이른다면 덴마크의 전기요금이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덴마크는 2020년 상반기 기준 EU에서 전기요금이 가장 높은 나라이기 때문에, 인공 에너지 섬 조성을 지지하는 국민도 다수 있는 편이다.

 

우리나라의 풍력 발전 현황과 에너지 자립마을

먼 나라 덴마크가 이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할까? 우리나라 역시 덴마크처럼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구조이기 때문에 해상 풍력이 유리한 조건이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조사에서 우리나라의 해상 풍력 잠재량은 33.2GW(기가와트)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을 정도이다. 게다가 서해는 수심이 얕아 기존의 기술력으로 가능하기에 최신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고 동해는 수심이 깊고 해안선이 단조로워 부유식(해상 풍력 발전의 종류 중 하나. 바다에 띄운 부유물 위에 풍력 발전기를 올려놓는 방식으로 수심이 깊은 바다에 설치할 수 있다)으로 풍력 발전 단지를 건설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한국중부발전은 친환경 뉴딜 정책(환경과 사람이 중심인 지속 가능한 발전을 뜻하는 말로, 현재의 에너지 정책을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등의 저탄소 경제구조로 전환하면서 고용과 투자를 늘리는 정책)에 맞춰 MW급 부유식 해상 풍력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앞서 살짝 언급했던 덴마크의 기업 VESTAS(베스타스)는 풍력 터빈 제조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으로, 현재 3억 달러(3,936억 원)의 투자를 신고하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본부를 한국으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 적극 검토 중이다. 이에 앞으로 국내 풍력 발전 보급이 가속화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한국이 마냥 신·재생 에너지, 친환경 에너지에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매일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빽빽하게 늘어선 차들이 연상되는 우리의 수도 서울에도 삼쇠, 롤랜드 섬과 같은 에너지 자립마을이 있다. 서울시는 에너지 자립마을을 조성하려는 주민의 활동을 3년간 지원하고 공동체 조성을 돕는 등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다. 이렇게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조성된 에너지 자립마을은 100여 개. 전기요금을 거의 내지 않아도 되는 마을도 여럿 생겼다.

많은 에너지 자립마을 중 첫 번째로 볼 곳은 서대문구 홍은1동에 있는 호박골 마을’. 2015년 자립마을로 선정된 후 에너지 자립마을의 모델이 되었다. 주민의 노력으로 주택형 태양광 발전기, 옥상 쿨루프와 홍제천 변 태양광 분수대 등을 설치했다. 특히 활동가들이 개발한 빛·물발전소는 태양광 발전기에 의해 자동살수기가 작동되는 장치로, 특허까지 받았다. 마을 생태 텃밭, 에너지교육, 야생화 동산 비전력 별빛캠프와 에너지 자립마을 축제처럼 에너지 자립마을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강동구 천호동에 있는 십자성 마을’. 이 마을은 베트남 파병 이후 상처를 입고 돌아온 국가유공자 101세대가 입주하여 이루어졌다. 130가구 중 52가구에서 주택옥상 또는 지붕 위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였다. 시간당 3kW의 전력이 생산되는 태양광 발전기는 한 달이면 300kW 이상의 전기를 생산하는데,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여 전기요금을 거의 내지 않는 가구도 많다. 십자성 마을의 에너지 자립률은 점차 증가해 2017년에는 47%까지 도달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는 성북구에 있는 석관 두산아파트’. 이곳 주민은 한국전력과 맺은 계약 방식을 종합에서 단일로 바꾸어 공용 전기요금을 연간 2억 원 줄였다고 하며, 2014년부터는 서울시 에너지 자립마을 사업에 참여하여 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주민의 운동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어 아파트 전체가 나누어 쓰는 에코에너지 체험장을 설치하고 급수 펌프를 인버터로 통제 가능한 부스터 펌프로 교체하여 전기 사용량을 연간 10kW 이상 줄였다. , 2015년부터는 세대별로 미니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였으며 조명을 교체하며 절약한 예산을 경비원의 고용 보장, 임금 인상에 사용하여 일자리 문제까지 해결하였다.

우리만 사는 게 아닌 이 지구에서 우리나라는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지금처럼 천천히 아주 조금씩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바꾸어 나간다면 지구는 만족해할 것이다. 덴마크나 다른 유럽 국가의 압도적인 재생에너지 발전량에 기죽을 필요 없다. 대한민국, 우리는 우리 나름의 방식으로 천천히 조금씩 불편함을 감수해가며 바꾸어 나가면 된다. 2050 탄소 중립을 향해 나아가는 지금, 앞으로 더 많고 자세한 신·재생 에너지 관련 정책과 발전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참고자료>

SK에코플랜트 블로그, “해상풍력발전 선도국, 덴마크의 미들그룬덴”, 2023.01.19.

김그내 기자, “삼쇠섬의 기적풍력으로 100% ‘에너지 독립이룬 덴마크의 비결’”, <이넷뉴스>, 2022.04.20.

김연숙 기자, “[탄소중립 기회와 도전] 바람의 나라 덴마크, 풍력의 섬을 품다”, <에너지경제신문>, 2021.10.25.

한국중부발전 블로그, “세계의 에너지 자립마을 덴마크 삼쇠섬”. 2020.02.24.

“‘세계 최초청정에너지 중심지! 덴마크 인공에너지섬”, 2022.01.18.

“[한국판 그린뉴딜] 우리나라 환경에 해상풍력이 유리한 이유”, 2020.07.23.

서울의 에너지 자립마을 사례(호박골마을, 십자성마을, 석관두산아파트 등)”, 2021.02.09.

한국동서발전 블로그, “[숫자로 보는 에너지] 대한민국 풍력발전의 미래편”, 2023.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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