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언젠가는 바뀔 수 있다는 마음으로
[취재수첩] 언젠가는 바뀔 수 있다는 마음으로
  • 최세이 기자
  • 승인 2023.10.08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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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332호 취재를 위해 들어간 환경미화원 휴게실, 그곳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것들을 많이 기사화하면 언젠가는 바뀔 수 있는 거겠죠?” 나는 무엇을 위해 한국해양대신문에서 이들을 취재하고 있을까. 그 순간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_그동안 다양한 어조, 말투를 가진 사람들과 다양한 말들을 나눴다. 문제를 기사화하기 위해서 내가 내뱉는 말들이 누군가에는 공격적으로 다가오기도, 누군가에게는 희망처럼 다가오기도 하지만 대부분 모두 ‘기사가 나가면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까’를 먼저 생각한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신문이 발간됐다고 해서 뭐라도 바뀔 것이라고 예상한 적이 없다. 그동안 우리대학의 많은 문제를 접하고, 취재하고, 기사를 썼지만, 단 한 번도 내 날갯짓이 나비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나 스스로 우리의 힘과 영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희망을 품는 것을 아예 포기해 버린 것이었다. 

_누군가가 나를 한국해양대신문 기자로서 대하는 것이 어색했다. “네 기사 잘 보고 있어”라는 말을 듣거나 “네 기사 때문에 뭔가 바뀐 거 아니야?”라는 말을 들을 때는 어쩐지 괜히 부인하게 됐다. 나는 기자임에도 불구하고 신문을 동아줄로 잡는 이들을 외면하고 있던 걸지도 모른다.

_누군가는 한국해양대신문 기자의 존재가 절실하다는 것을 왜 잊어버리고 있었을까. 나는 환경미화원 선생님의 그 한 마디를 듣고 그제야 이런 문제들을 취재해야 하는 근본적인 목적을 다시 찾았다. “곧 기획 회의니까 아이템을 생각하자” “내일이 마감이니까 빨리 기사 마무리해야지”와 같이 그저 기사를 써야 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내 기사로 누군가는 안심하고, 누군가는 희망을 얻고, 누군가는 발전을 위해 노력할 수 있기에 끊임없이 문제를 파헤치기 위해 취재하는 것이었다. 

_“한국해양대신문의 존재를 아는 사람도 적고 영향력도 작아. 굵직한 사건일수록 ‘왜 우리에게 제보를 했을까?’ 를 여러 번 되물어야 해.”  전 부국장님께서 대학부 교육 당시 해주신 말씀이다. 그때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됐지만, 대학부 부장으로서 한 학기를 보낸 지금은 그 어떤 말보다 위로가 되고, 와닿는다. 결국 내가 기자로서 나의 가치를 증명하는 일은 ‘무엇이라도 바뀔 수 있게끔 기사를 쓰고 무엇이라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_332호는 ‘우리의 기사로 언젠가는 바뀔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사 하나하나를 대했다. 나중에 환경미화원 선생님을 다시 뵈면 그땐 꼭 당당하게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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