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 일자리 혁신방안 발표, 앞으로 해기사가 항해하게 될 방향은?
선원 일자리 혁신방안 발표, 앞으로 해기사가 항해하게 될 방향은?
  • 김영인
  • 승인 2023.10.08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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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지난 7월 11일 해양수산부의 비상경제장관회의(이하  해수부 회의)에서는 국적 선원의 인력난 해소와 이직률 감소를 위해 ‘선원 일자리 혁신방안(이하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3월 24일 청년 선원 정책위원회와 해양수산부 간담회에서 현 선원 일자리에 대한 문제점이 이야기 된 후, 이를 수용하여 개선한 첫 변환점으로 보인다.

   [사진 1.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선원 일자리 혁신방안에 대해 브리핑하는 모습 <제공=해양수산부>]

현재 해기사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이유
 _현재 대한민국은 선박이라는 폐쇄적인 환경과 장기 승선 등의 이유로 해기사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00년 5만 9,000여 명이었던 국적선원수는 지난해 3만 2,000여 명으로 감소했으며  해기사 신규 인력의 5년 내 육상 이직률이 78%에 육박한다. 

_가장 큰 규모의 국적선사인 HMM 선원으로 근무 중인 A 씨는 “선원 공급을 늘리기 위해 법적으로 선원 승선 기간 축소와 선내 와이파이 질 개선, 선원 휴식시간 확대를 적용해야 한다"며 “폐쇄적인 환경과 장기 승선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국적선사 해무팀에 근무 중인 B 씨는 “배라는 격리된 사회 자체를 기피하는 현상이 문제인 것 같다”며 선박의 폐쇄적인 환경을 지적했다.

_해사대학 학장 김진권 교수(이하 김 교수)는 “사회가 발전하면서 육상에서도 다양한 고소득 일자리가 등장해 그곳으로 떠나는 이가 많아진 것도 원인인 것 같다”며 사회구조의 변화도 원인 삼았다.

 

해기사 공급에 대한 선사의 고충

_해운 회사들은 해기사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뾰족한 수가 없다고 밝혔다. B 씨는 “이·삼등항기사들의 채용 비율을 늘리는 것은 당장 문제가 되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일항기사 이상의 고급 인력”이며 “당장 뽑을 인원이 많지 않고 아무나 진급 시킬 수 없기에 선원 공급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선원 일자리 혁신방안의 내용

_해수부 회의에서 발표한 개혁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6개월 승선-2개월 휴가’이던 승선 주기를 ‘4개월 승선-2개월 휴가’로 국제 평균 수준으로 만드는 로테이션 개선 ▲'스타링크'를 활용한 선내 인터넷 환경 개선 ▲비과세 혜택 금액 증액 등과 같이 국적 선원에 대한 복지 확대 방안과 해기사 면허 승급 소요 기간 단축과 같은 장기 승선 유도 방안 등을 발표했다. 이로써 2030년까지 5년 내 이직률을 50% 이하로 줄이며, 고급 인력의 양성과 유지를 늘리는 것을 목표 삼았다.

[사진 2. ▲스타링크의 선박용 서비스인 ‘스타링크 마리타임’ <제공=스타링크>]

스타링크 설치 조건과 예상되는 어려움

_선내 인터넷 활성화는 선박의 폐쇄적인 환경 해결에 도움 되기 때문에 현 해기사들이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다. 스타링크는 저고도 위성 인터넷 서비스로 기존의 VSAT 방식의 선박 인터넷보다 15배 빠른 지연속도로 보여준다. 

_이들의 기대와는 달리 선사는 예정된 계획이 없다는 반응이다. 해운회사 해무팀에 근무 중인 C 씨는 “스타링크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 답변해 주기 힘들다”며 현재 스타링크 도입의 진행 상황을 드러냈다. 이후 “스타링크 도입이 계획된다면 역시 비용이 문제 될 것 같다”며 월 요금제가 최고 500달러에 설치비용은 약 600달러인 스타링크의 가격이 문제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로테이션과 유급휴가에 대한 선사의 고충
_혁신방안이 발표 되었지만, 해기사들의 근무 일수와 휴가 일수를 보장해 주고 유급 휴가를 대폭 늘리는 것은 선사에게는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현재도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인데, 예비원 확보를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B 씨는 ”인력 수급을 위해 H사는 급여를 올렸지만 타 선사들은 H사 수준으로 급여를 올리기가 쉽지 않다"며 “급여를 올려주지 못해 선원 공급에 문제가 생긴다면 향후엔 외국인 선원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해기사 예비원 확보에 대한 문제점을 전했다.

_또한 선원법 제70조 1항에는 “유급휴가의 일수는 계속하여 승무한 기간 1개월에 대해 6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로테이션에 따른 유급휴가의 증가에 대해 B 씨는 “현재 근무하는 회사의 경우 선원법에 따라 계산한 유급휴가가 4개월에 1.5개월도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관련 사내 규정도 수정해야 하고 대상이 되는 선원도 늘려야 해 인건비가 더 많이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법안의 실질적인 도입 가능성은?

_혁신방안 도입에 있어서 선사 측은 당장은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C 씨는 “우선 정책 시행 전 정부 차원에서의 규제 완화가 먼저라고 생각한다”며 “정책이 시행되면 인건비가 필수적으로 증가하게 되는데, 대비책 없는 정책 시행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선원 일자리 혁신방안 시행의 어려움을 언급했다. B 씨 또한 "승선 기간 축소로 예비원 확보가 갑작스럽게 필요하게 되면, 늘어나는 인건비를 감당하기 위해 법 규제 내에서 최대한 외국인 선원을 사용할 것”이라며 “그러면 승무원뿐 아니라 사관 해기사까지 외국인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며 추후 예상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_하지만 김 교수는 “예비원 증가에 따른 선사들의 비용 문제가 상당한 것은 맞지만, 지속적인 협의 및 국가의 강한 추진 의지가 있어 보인다”며 위 문제들의 해결을 비롯한 정책의 도입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 7월 500만 원 비과세 한도 확대가 확정되어 내년 1분기 시행 예정이고, 8월 31일 선원 임금 전액을 비과세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이 발의되며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 의지가 있음을 보여줬다.

 

우리나라와 비교한 외국의 선원 일자리 환경

_현재 대표적인 해운 강국이라 불리는 영국과 우리나라의 선원 일자리 환경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해양수산부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승선 주기는 6개월-2개월이지만, 일본은 4개월-2개월이며, 영국은 3개월-3개월로 법제화 되어있다.

_승선 중이 아닌 유급휴가 기간에도 승선 시와 동일한 급여를 받게 되어있다. 세금 부분에서도 우리나라는 현재 외항 상선에 비과세 300만 원(2024년 소득분부터는 500만 원)의 혜택을 제공하지만, 영국과 대부분의 유럽 선사는 1년 중 183일 이상 해외 체류하는 외항상선 선원들에게는 근로소득세 전부를 면세한다.

_김 교수는 “선종과 회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주니어 사관(이·삼등항기사)의 경우에는 우리나라가 유럽 선사보다 급여가 더 높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승선 주기뿐만 아니라 사회가 직업을 인식하는 전반적 분위기에서 우리나라가 부족한 면이 크다”며 우리나라의 해기사에 대한 낮은 인식을 지적했다. 

[사진 3. ▲출항하는 국적 컨테이너선의 모습 <제공=HMM>]

우리에게 해기사에 대한 처우 개선이 필요한 이유 

_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섬과 같은 지정학적 특징으로 인해 해운 산업은 국가 경쟁력, 안보와 곧바로 연결되고 그렇기에 해운 산업은 포기할 수 없는 분야”라며 해운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따라서 최근 세계적인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는 만큼 해기사 처우개선을 통한 필수 인력 확보 및 유지가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김 교수는 이번 정책의 의의를 높게 평가했다. 그는 “이번 정책 발표와 비과세 시행은 해운산업 발전을 위한 국가의 실천적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지속적인 처우 개선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덧붙여 “국가적인 지원이 해기사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해양 산업들에 진출 가능성을 높이면서 우리 학교 경쟁력을 높여줄 것이다” 고 평가했다.

_미래 해기사로 근무하게 될 해사대학 학우들에게도 정책은 반가운 소식이다. 김민준 학우(항해융합학부·23)는 "해사대학은 많은 학우들이 해기사라는 직업을 가지므로 학우들이 환영할 소식인 것 같다”고 전했다.

_해양수산부는 이번 정책을 발표하며 해기사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 학장은 이를 두고 "앞으로도 해기사 처우의 문제점과 직업의 인식이 꾸준히 개선되며, 대한민국이 해운 강국으로서 발전하는 모습이 있길 바란다"며 말을 맺었다.

 

 

 

취재 및 기사 작성

김영인 기자 

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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