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방] 파란 물결 위에서 학교를 알리다. 정혜원 선수
[인물탐방] 파란 물결 위에서 학교를 알리다. 정혜원 선수
  • 김희호
  • 승인 2023.12.03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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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요트는 인생의 절반을 함께한 친구입니다”


_올해 9월 23일, 중국 항저우에서 45개국이 참가한 항저우 아시안 게임이 개최됐다. 우리대학 선배와 함께 요트 종목에 국가대표로서 참가한 정혜원 선수와 본지는 이야기를 나눠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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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정혜원 선수 프로필 <제공 = 정혜원 선수>]

해양스포츠과과학과 23학번 정혜원

 

Q1. 우리대학으로 진학한 이유는?
_우리대학 해양스포츠과학과는 요트부가 있고 나에게 요트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이다. 계속해서 요트를 타기 위해 어릴 적부터 이 학과를 지망했다. 특기자 전형으로 입학할 경우 전액 장학금이 2학년 때까지 있고 3, 4학년 때는 대회 성적에 따라 장학금을 받게 된다. 금전적인 이유로 진학한 것도 있지만 제일 좋은 것은 학교에서 요트를 탈 수 있는 것이다. 부산에서 통학하며 학교 정규 교육 과정에 요트 수업이 있음과 동시에 시설, 장비까지 갖춘 학교가 바로 국립한국해양대학교였다.

Q2. 선수 생활과 학생을 병행하며 힘든 점이 있다면?
_몇 년 전 일명 ‘정유라 사건’이 발생하며 그전까지 특기생들은 무한으로 결석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무조건 채워야 하는 학교 일수 1/2이 생겨 훈련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2024년 파리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오는 12월에 태국에서 열리는 대회가 있어 11월부터 국가대표 합숙이 시작되는데 난 학교 일수를 채워야 해 집에서 개인 연습을 하고 있다. 요트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고 밤에는 탈 수가 없어서 훈련에 제약이 많은데 학교 수업까지 들으며 일정을 소화하려다 보니 힘든 점이 존재한다. 낮에만 바다에서 훈련할 수 있는데 수업으로 인해 불가능하고 유일하게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인 주말마저 비가 오거나 바람이 없으면 훈련을 못 해 일주일을 몽땅 날린다. ‘내 라이벌들은 요트 타며 훈련하고 있을 텐데’라는 생각에 조급해지기도 한다.

Q3. 재학 중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_이번 항저우 아시안 게임 참가로 인해 학교 수업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해양스포츠과학과  장재용 교수님께서 저를 위해 많이 힘을 써주셨다. 파고와 파도는 지역별, 나라별로 달라 경기가 있으면 3주 전에 경기 장소에 가서 2주 동안 바다에 적응하고 1주일 동안 시합 연습을 한다. 이번 시합을 위해서 한 달 정도 해외에 나가야 해 수업을 참여하지 못 할 뻔했는데 장재용 교수님께서 다른 교수님들께 양해를 구해 오직 나를 위해 LMS수업을 해주셔서 학업과 병행하며 시합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또 학교 측에 부탁해 시합에서 쓸 요트 등을 지원받게 해주셨다. 적은 금액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원받게 해주신 장재용 교수님과 학교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덕분에 제일 최신의 좋은 요트로 시합에 임할 수 있었다.

Q4.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 임했나?
_사실 경기가 시작했을 때는 이게 진짜 아시안 게임인지 그냥 국내에서 하는 시합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무작정 달렸다. 이번 시합은 2022년에 이루어져야 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연장되어 다시 선발전을 거쳤다. 선발전이 연기되는 바람에 마음이 해이해지기도 하고 처음에 있었던 열정과 사기가 사그라져 많이 힘들었다. 그러나 선발전부터 운이 굉장히 좋았는데, 경쟁자들이 다른 종목으로 바꾸면서 좀 더 쉽게 내 종목에서 선발이 될 수 있었다. 요트는 5일, 6일 동안 경기를 치르게 되는데 첫 번째 날에 다른 선수들의 실력을 보며 멘탈이 굉장히 무너졌다. 내가 설 무대가 아닌 것 같아 낙담하고 있을 때 코치님께서 멘탈 케어를 열심히 해주셔서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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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훈련하는 정혜원 선수 <제공 = 정혜원 선수>]

Q5. 훈련 과정은?
_요트는 날씨에 민감한 종목이다 보니 날씨 앱을 통해 일주일 주기로 훈련을 구성한다. 파고와 파도, 온도와 같은 세부적인 부분이 지역별로 나와 요트를 탈 수 있는 날에 해상 훈련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체력 훈련을 집중적으로 한다. 미리 훈련을 구성해도 날씨가 변덕스럽기 때문에 유심히 살펴보다 바다 상태가 좋으면 체력 훈련을 포기하고 요트를 탄다. 우리는 요트를 타는 것이 주 목적이기 때문의 모든 훈련 일정을 바다의 상태에 맞춘다. 학교에 다닐 땐 주말과 공강 날을 이용해 해상 훈련을 하고 밤에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헬스를 해 체력을 키우고 있다.
_추운 날에는 훈련하지 못하기 때문에 12월이나 1월에 해외로 훈련하러 떠난다. 주로 ▲태국 ▲말레이시아 ▲뉴질랜드로 가서 훈련하는데 요트가 비인기 종목이다 보니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 대회를 나가기 위해 ▲숙박비 ▲식비 ▲요트 대여비를 사비로 해결하기도 하고 비행기 값이라도 지원받으면 감사할 때도 있다. 지원에 따라 시합 횟수나 해외 훈련이 상이하다. 요트가 유럽에서 시작되어 유럽인들이 굉장히 잘하는 종목이다. 이에 보다 자주 접해서 매년 바뀌는 트렌드를 배우고 적용하는 게 최선책이지만 많아 봐야 한두 번 나가는 훈련과 시합에 아쉬움이 있다.

Q6. 훈련이나 경기 중 힘든 점은?
_프랑스에서 했던 시합이 기억에 남는데 당시 바람이 내가 겪어본 바람 중의 제일 셌다.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포기할까 수십번을 고민했다. 경기 도중 요트가 뒤집어지면 몸이 날아가 요트와 몸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진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수영해도 파도가 높고 조류가 있어 요트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광활한 바다 위에서 경기를 치르다 보니 뒤집어져도 안전요원이 빠르게 잡아 내기엔 어려움이 있어 구해주기 전까지는 그저 바다에 둥둥 떠다녀야 한다. 이러한 무서움에 실제로 중도 포기하고 육지로 가는 선수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 바람에 지면 다음에 이런 바람이 올 때 경기를 또 포기하고 싶어질 게 분명하기에 눈 딱 감고 경기했다. 이번에 경기를 완주하게 된다면 경험이 쌓이는 거니까 “괜찮다. 할 수 있다. 이번만 넘어가면 다음에는 더 잘할 것이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시합에 임했다.

Q7.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있다면?
_어릴 때부터 요트를 잘 타진 않았다. 또래에 비해 체격이 커서 나에게 맞는 요트가 없어 흥미도 사라질 뻔했지만 커가면서 요트도 커져서 내 몸에 딱맞게 되었고 그 뒤로는 국내에서 항상 상위권을 차지했다. 한 대회당 경기를 총 10번 하는데 내가 한 번도 지지 않고 10번 다 1등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의 희열감은 말할 수 없이 좋았고 이런 승리의 맛을 또 보고 싶어서 열심히 한다. 2, 3순위 친구들과 압도적으로 차이를 내 이기고 싶은 마음도 큰데 이것을 기회 삼아 체력 훈련도 열심히 하고 해외 요트 선수들 영상도 보며 더 연구하며 자기 계발 하는 것이 내가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동기부여이자 선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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