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 현실의 딜레마
원칙과 현실의 딜레마
  • 편집부
  • 승인 2009.04.1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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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과 현실의 딜레마

 신문사 기자가 되고 나서 나에게 습관이 하나 생겼다. 그 전에는 단순한 사실만을 듣고 "아∼ 그렇구나" 했지만 이제는 모든 일에 "왜?"라는 의문점이 먼저 든다.
 교내 편의점에서 현금영수증 발급이 안 돼는 이유를 알고 싶다는 홈페이지 게시판의 글을 읽었다. 나 또한 너무 궁금했다. 하지만 한 달이 다 되어가도 누구 하나 답변을 달아주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 관련부서인 복지조합 측의 해명조차 없었다.
 요즘 학교 게시판에는 학생들의 불만, 불평, 의문에 대한 글들이 자주 올라온다. 하지만 `묵비권'이 최고의 방법인지 대학본부나 학생회에 측에서 답한 글은 웬만해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단지 사실을 알고 싶을 뿐인 학생들의 소박한 바람은 새로운 글들과 함께 자연스레 기억 속에서 점점 밀려 사라져버리고 만다.
 이런 이유를 알기라도 하는 것일까. 이번 문제와 관련해서 복지조합을 여러 번 방문해 취재를 했지만 게시판에 올라온 의견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답변을 하거나, 이유를 설명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복지조합 측의 태도에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물론 취재를 하다 보니 대답을 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편의점에서 현금영수증 발급이 되지 않은 것은 단순한 절차상의 문제가 아니라 복지조합이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고 그동안 부가가치세 납부를 회피해왔다는 사실이 숨겨져 있었다는 것 말이다. 복지조합도 원칙적으로는 부가세를 납부하고, 현금영수증도 발급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 복지조합은 현재 학생복지나 국립대 재정회계법 등의 핑계를 대고 있지만 사업자등록과 부가세납부가 현실적으로 당장 큰 손실을 끼쳐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또한 스스로 시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정상적인 지금의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방향과 의지가 뚜렷하지 않은 것은 왜일까.
 카드 사용 및 현금 영수증 발급이 되지 않아 학내 편의점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은 많다. 하지만 취재를 하기 전에 내가 그랬듯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의반 타의반에 의해 그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생활하고 있다.
 현재 복지 조합은 원칙과 현실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복지 조합이 과연 앞으로 어떤 길을 선택할지 궁금해진다.
 
박진우 기자
 hhu-jinw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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