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은 `사람'에 대한 관심
소통은 `사람'에 대한 관심
  • 편집부
  • 승인 2009.05.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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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진화와 의미 읽기

 





장면1. 대화가 필요해~
 
   아버지:"니 하루 종일 뭐하고 싸돌아다니다 밥 먹을 때만 슬슬 기어들어오노!"
 아들:"학교 다녀왔는데예"
 아버지:"아직 졸업 안했나?"
 아들:"올해 입학했는데예"
 아버지:"……" "밥 묵자"
 대화가 단절된 경상도 가족을 콘셉트로 한 개그콘서트 〈대화가 필요해〉 의 한 장면. 좀 극단적이긴 하지만 평소 대화가 없는 가족의 모처럼 만의 저녁식사는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한 채 늘 이렇게 찬바람만 불기 일쑤다.







 장면2. "등록금 반값은 오해?!"
 
  대학생 한해 등록금 1000만원 시대. 〈100분토론〉에서도 등록금 문제는 단연 뜨거운 주제.
 한 시민논객이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등록금 반값' 공약을 상기하며 어떻게 된거냐 따져 묻자, 300만 대학생들을 감동케 한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의 자신 있는 답변!
 나 의원:"우리는 `등록금 반값' 공약한적 없다. 오해다. 우리는 `등록금 부담 반값'을 공약했다."
 시민논객:"`등록금 반값'이나 `등록금 부담 반값'이나 같은 말 아닌가?"
 나 의원:"아니다. 오해하지 마라. `등록금 부담 반값'은 장학금 확대나 학자금 대출이자를 줄이는 것을 말한다."


 `불통'의 시대다. 직장에서 혹은 가정에서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사회는 갈등을 겪는다. 아직도 거리를 배회하는 수많은 촛불들과 도움의 손길이 닿을 틈도 없이 외롭게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모두가 `소통'을 말하면서도 소통하지 않는 시대, 지금 우리에게 `소통'은 왜 필요하고,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인간의 역사는 `소통을 위한 역사'다. 원시시대부터 부족과 국가를 이루고 찬란한 문명을 발전시킨 것은 인간과 인간이 서로 기댄 모습을 본 딴 사람 인(人)에서 보여지 듯 관계 맺지 않고 스스로 살아갈 수 없는 인간 본성의 발현이다. 인간들끼리 관계를 만들어가려면 비슷한 생각 혹은 다른 생각이 싹트기 마련이며, 모두가 받아들이는 풍습, 서로 다른 관습 등이 자연스레 형성된다. 이렇게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이 모이고 흩어져 `문화'를 이루고, 소통은 이처럼 서로의 공통점뿐 아니라 차이점을 인식하면서, 즉 갈등과 긴장을 겪으면서 얻어가는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분명 소통에 대한 인간의 열망과 욕구를 더욱 확대시켰고, 문명은 소통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에 비례해 발달했다. 현대인들은 공동체를 표방하면서도 개인이라는 원자적 특성을 가장 중요시하며 `네트워킹'은 젊은 세대들이 소통하는 전형적인 방식이 되었다. 때문에 모두가 함께 어울리는 공간, 모임에 끼지 못하면 `왕따', `은따'가 되어야 했던 씁쓸한 기억 대신 요즘 젊은 세대들은 스스로 `왕따', `은따'를 자처하며 무엇이든 혼자서 하는 것이 익숙하고 자유롭다고 말한다.
 어디 그뿐인가. `정치꾼'들의 화려한 말 혹은 액션 스릴러 공간으로 변질된 국회는 더 이상 민의를 수렴하거나 합리적인 토론이 오가는 성스러운 곳이 아니다. 적어도 이들만 보자면 피상적인 혹은 이해득실에 따른 관계 맺기와 타자에 대한 이해 부족, 공감 부족은 젊은 세대나 앞선 세대나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에 대해 독일의 철학자 하버마스는 미디어에 의해 일방적으로 만들어지는 획일적인 소통구조에 현대사회 문제의 원인이 있다고 지적하며 왜곡된 소통구조를 바꿔야 특정한 목적의 여러 가지 사회적 모순들이 개선된다고 주장한다.
 초창기 미디어는 차분하게 사람들에게 토론거리를 제공했지만 지금 미디어는 스펙터클한 볼거리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소수의 엘리트가 미디어에 출현해 모든 사회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이해관계를 주장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비판적 판단능력이 흐려진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정치는 이러한 미디어공론기능의 부재로부터 시민적 공론장의 쇠퇴-여론형성의 부재-엘리트그룹과 국가의 일방성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유로운 `공론장'은 무엇이며, 어떻게 활성화될 수 있을까?
 하버마스는 18세기 영국과 프랑스에서 널리 유행한 카페와 살롱을 중심으로 한 토론 문화에서 의사소통의 대안적 개념인 `공론장'을 제시했다. 사적 개인들의 단순한 친목 모임이 아닌 `공중으로 결집한 사적 개인들의 공간'인 공론장은 `신분에 따른 특권 의식이 작용하지 않으며, 누구나 참여하며, 토론 주제에서도 성역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었다. 즉 하버마스는 공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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