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 편집부
  • 승인 2009.05.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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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작년 이맘 때 촛불은 `닭장 투어', `명박산성', `유모차 부대', `촛불 예비군' 등 수많은 신조어들을 만들어내며 뜨겁게 타올랐다. 덕분에 대통령은 두 번이나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그 후 역설적이게도 정부의 촛불 탄압은 더욱 거세졌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각종 집회 시위에서 경찰에 연행된 사람은 약 2천7백여 명, 부상자 또한 3천여 명으로 추정된다.
 지난여름 거리를 가득 매웠던 촛불들은 이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일상을 살고 있다. 또한 사람들은 대규모 촛불 집회는 더는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올해 5월 초, 광화문에 또다시 촛불이 타올랐다. 시민들은 일제고사 중단, 등록금 인하, 청년실업 해결,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제 보장, 용산참사 진상규명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 MB정부의 실책과 그 해결을 요구하며 촛불을 들었다. 그러나 정부의 태도는 1년 전과 변함이 없다. 아니 오히려 더욱 강경해진 듯 했다.
 경찰은 `노동절 대회'와 다음 날 열린 `전국 대학생 대회', `촛불 1주년 행사'를 불허하고 행사를 방해하기 위해 시청, 광화문 등 행사가 예정된 도심의 지하철역 입구를 봉쇄하는가 하면 역을 무정차한 채 지하철을 통과시켜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했다. 또 전경들은 2백여 명이 넘는 시민을 연행하고,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까지 폭행했다. 이 날 경찰은 시민들에게 광장을 빼앗겼던 작년의 기억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듯 161개 중대 1만3천명을 동원 했다.
 불과 1년 전, 국민과 소통이 부족했음을 인정하며 대국민 사과를 하던 대통령은 어디로 간 것일까? 정부가 이야기 하는 소통이란 이런 모습이었단 말인가.
 촛불이 꺼졌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시민들을 만난 나는 단호히 이야기 할 수 있다. 아직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고.
 사람들 가슴 속 깊이 촛불은 꺼지지 않고 타오르고 있다고.
 회사 컴퓨터 바탕화면에 촛불 사진을 담아두고 매일 기억하고 있다는 시민의 말처럼 촛불은 분명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희망을 밝히고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조문을 노랫말로 개사한 이 노래는 `소통부재'의 정부를 향해 외치는 국민들의 주문이다. 촛불은 언제든 다시 거리로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거리에서 다시 촛불을 만나지 않기를 바란다.
 지난 대국민 사과에서 밝힌 것처럼 국민과 소통하면서, 국민과 함께, 국민의 뜻을 받드는 정부가 되길 기대한다.


 박진우 기자
 ars04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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