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방〉을 통해 들여다 본 여성과 남성
〈언니네 방〉을 통해 들여다 본 여성과 남성
  • 편집부
  • 승인 2009.05.12 15: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언니네 방〉을 통해 들여다 본 여성과 남성

 중간고사의 소용돌이를 힘겹게 헤쳐나온 그 주의 주말.
 총여학생회를 기웃기웃 거리다가 편안한 마음으로 〈언니네 방〉이라는 책을 집어들었다.
 "여자들만의 성·사랑·삶에 관한 내밀한 고백과 용감한 치유 에세이"라는 자극적인 문구에 이끌려 읽기 시작했지만, 1장(털어놓다. 미치도록 행복하다)에서부터 23년간의 내 인생에 대해 심각한 질문을 던지는 이 책은 단지 심심풀이 땅콩으로 읽기에는 깊이 있는 책이었다.
 일기장에도 차마 쓰지 못했던 여자들만의 비밀로 가득찬 〈언니네 방〉은 내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들었지만 용감한 그녀들이 폭로하는 삶에 관한 가장 깊은 진실에는 나를 돌아보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여자들은 너무 오랫동안 속아왔다.
 말없는 여자들이 아름답다는 말에. 아무리 아파도, 화나도, 기뻐도 여자들은 늘 입을 다물었다. 여자들은 그렇게 살아 있되 죽어 있었다.
 이제 자기만의 방을 만들기 시작한 여자들이 자신과 세상에 말을 건다.
 나 여기 이렇게 살아 있노라! 이렇게 살겠노라! 〈언니네 방〉에는 여성들의 숨은 욕망에 관한 고백, 섹스에 관한 성찰적 회고, 남자들에게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 용감한 여자들의 지혜와 대담한 삶의 방식 등 금기를 깨버리는 여자들의 경험이 살아 숨 쉰다. 세상이 강요하는 틀에서 조금 빗겨나갈지라도 자신의 욕구를 따르면서 가장 솔직하고 열정적으로 살고 싶은 여성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은 익명의 여성들이 사회의 금기가 아닌 스스로의 금기를 깨고 자발적으로 용감하게 자신의 욕망에 대해 털어놓는 이야기들이다.
 남자들이 읽으면 아마도 껄끄럽고 불편할 책. 자신이 마초인줄 모르고 살아가는 무수한 마초들에게 단단히 한 방 먹이고 픈 여성들이라면 이 책을 읽는 몇 시간 동안 만큼은 위로와 자유로움을 느낄 것이다.
 여성으로서 열렬한 환호와 응원을 보내는 작품이지만, 한가지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진정으로 우린 마초와 공존할 수 없을까. 내 주변, 발길에 채이는 다수의 마초들과 소통을 포기하고 〈언니네 방〉에서만 이런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을 뿐인가.
 우리는 우리들끼리, 너희는 너희들끼리.
 그런 적대감과 피해의식이 흥건히 입 안에 고여오는 이 느낌은 내가 너무 부드럽고 타협적인 시각과 방식으로 살아왔기 때문일까. 여성에게는 관계를 소통하는 힘과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언니네 방〉에 몰려온 이 여성들의 힘찬 에너지들이 너는 너, 나는 나로 구분하고 나누는 것에 쓰여지지 않고 너를 변화시키고 나를 변화시키는 긍정적인 힘으로 작용하기를 바란다.
 〈언니네 방〉에 모여 앉아 금기를 깨는 소리는 경쾌하고도 명랑하다.
 그들의 낭랑하고 밝은 소리들이 딱딱한 마초들과 세상을 변화시키리라는 걸 의심치 않는다.
 더 많은 〈언니네 방〉들이 쏟아졌으면 좋겠고 더불어 오빠네 방들도 공개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오빠들이 깨는 금기는 어떤 소리인지 궁금하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언니 오빠들 사이에 교감과 소통의 끈도 찾을 수 있을 터이니 말이다.


임 혜 빈
해사수송과학부·4
총여학생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