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처장, 적도제 주점에서 학생들에게 취중 욕설 파문
학생처장, 적도제 주점에서 학생들에게 취중 욕설 파문
  • 편집부
  • 승인 2009.06.1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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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처장, 적도제 주점에서 학생들에게 취중 욕설 파문
학생측 "학생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학생처 "충분히 유감 표명했다"



 학문 탐구와 인격 존중을 가르쳐야 할 교수가 주점에서 술에 취해 학생들에게 욕을 한 사실이 현장에 있었던 어느 학생의 제보로 뒤늦게 알려졌다. 욕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 모 교수는 현재 우리대학 학생들을 관리하는 학생처장직을 맡고 있어서 더욱 충격이다.

 사건은 적도제가 열렸던 지난달 6일, 통상학과 학생들이 마련한 야간주점에서 벌어졌다.
 당시 술에 취한 학생처장은 주점 노래방 마이크를 잡고 모여 있던 전체 학생들을 향해 "내가 학생처장인데 왜 몰라보냐" "내가 주점하지 말라고 했는데 해사대 축제에 국제대가 왜 설치냐"고 말하며 "X같은 새끼들, 뭐하는 짓들이야" 등의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놀란 학생들이 학생처장을 말려 자리에 앉혔지만 학생처장은 서빙을 하던 학생들에게까지 물건을 집어던지고 계속 욕을 해 주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김 교수의 행동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학생들이 제지하며 김 교수를 주점 밖으로 끌어냈고, 이 과정에서 학생들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목격자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는 주점을 준비한 학생들과 학내외 손님들까지 약 7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학생은 "본인이 학생처장이라고 하던데 그럼 더더욱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는 또 "요즘은 맘만 먹으면 인터넷에 글을 올릴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학생처장직에서 충분히 잘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큰일이지만 학생회장이나 대표자들이 알아서 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상대하기가 싫어서 조용히 있었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일에 대해 학생처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의욕이 앞서다 보니 발생한 일"이며 "오해일 뿐이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학생처장은 "우리대학이 봄, 가을 축제가 두 번이라 면학 분위기 조성이 되지 않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축제를 하나로 합쳤으면 하는 생각을 얘기하고 싶었던 게 본뜻이었다. 그 뒤로 학생들을 찾아가 충분히 얘기를 했지만 대화가 잘 통하지 않았고, 이후 얘기가 없어 다 마무리가 된 줄 알았다"며 뒤늦게 사건이 불거지는 것에 대해 심각한 경계를 표시했다.

 그러나 사건 관련 학생대표자들은 학생처장이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성호경(국제통상학과·4) 국제대학생회장은 "당시 현장에 있던 수많은 학생들이 아무 이유 없이 욕을 들은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면서 "그 뒤로 학생처장이 주점에 찾아와 술을 마시며 얘기를 하자고 했지만 그렇게 넘어갈 문제가 아닌 것 같아 얼마 있다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 뒤 단대운영위에서 관련 대표자들을 통해 사과 요구를 하기로 결정하고 학생처장을 면담했었는데 오히려 `어떻게 사과할까? 사표라도 쓸까?' 라는 식으로 나와 기분이 더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학생처 관계자는 "처장이 직접 가서 유감 표명을 했으면 학생들도 이해를 해줘야 한다"며 "그렇게 잘못 한 일도 아닌데 처장이 무릎 꿇고 공개 사과를 하고 할 일은 아니지 않는가. 학생처장 이전에 스승인데 사제지간의 도리가 아니다"며 학생들의 태도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한편 학생처에서는 문제가 커질 것을 우려해 학과 교수들을 통해 학생들을 설득했고 이에 학생들이 심적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모 학생은 "전체 학생들이 욕을 먹은 것이기 때문에 기분이 나빴지만 `일이 커지면 학과나 개인적으로 불리할 수도 있다'는 학과 교수님의 말씀 때문에 고민이 들었다"고 말했다. 성호경 국제대학생회장도 "교수들이 `내가 잘못했으니 참고 넘어가자'고 설득해서 심리적으로 괴로웠다"고 말하고 "하지만 사과했다는 말은 지금까지 듣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학생처 관계자는 학과 교수들과 연락해 학생들을 설득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지금 같은 시대에 누가 누구를 압박할 수 있겠냐"며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사건의 당사자가 학생처장이라는 중요 보직을 맡고 있고, 다수의 학생들이 현장을 목격한 만큼 향후 이 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해결될지 학내외의 관심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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