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보도의 성역은 없다
비판 보도의 성역은 없다
  • 편집부
  • 승인 2009.06.1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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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보도의 성역은 없다

 최근 국회, 검찰과 함께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바닥으로 추락했다는 한 여론조사 결과는 권리는 누리면서 책임과 의무는 다하지 않는 한심한 언론들의 자업자득이다. 권력의 눈치를 보는 언론과 기자들에게 국민들은 등을 돌렸으며, 정확한 진실을 보도하는 것이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언론은 그 사회 민주주의의 척도다. 〈PD수첩〉제작진의 정당한 취재활동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시도와 제작진 소환, 광고주의 압력으로 인쇄 전에 편집장 몰래 기사를 빼버린 그 옛날의 〈시사저널〉 사장이 몰상식하다고 비판받는 이유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대학언론에는 비판의 성역이 존재한다. 행정비판 보도와 교권비판 보도 등이 대표적이다.
 학교 관계자들은 편집권 독립을 인정한다면서도 "학생으로서 학교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기사를 꼭 써야겠느냐" "기사로 인해 학생들이 피해를 봐도 괜찮은가?" "발행 전에 기사를 보여달라"는 등 끊임없이 기자들을 회유하고 압박한다.
 지난 261호 1면 복지조합 부가세 회피 사실을 밝힌 기사의 경우, 사실에 근거한 정당한 비판보도였음에도 대부분의 학교관계자들은 기사로 인해 학교가 마치 비리의 온상처럼 낙인찍히고, 전국적으로 망신을 당했다며 원망과 적개심을 드러냈다. 학교의 이미지 실추를 막기 위해 부정 사실을 알면서도 눈감고 귀를 닫아야 한다면 도대체 언론은 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인가?

 비판 보도의 성역은 또 있다. 리턴 총학생회는 지난해 총학생회 선거 이후 본사와 당선인터뷰를 한차례 했을 뿐 그 이후 언론과의 접촉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등록금 협상 때는 학교 측이 학생회를 안 좋게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자료요청에도 응하지 않았으며, 총학생회장과 부회장을 인터뷰하는 것은 여느 국회의원 인터뷰보다 더 힘들다는 게 취재기자들의 하소연이다. 더구나 최근 총학생회 활동 중간평가를 위해 총학생회장을 찾아간 기자에게 총학생회장이 보인 태도는 과연 총학생회가 학생들을 위해 활동하는 조직이 맞는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양해원 총학생회장은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에게 "의도가 왜곡될 수 있기 때문에 기사를 보여주지 않으면 인터뷰에 응할 수 없다"며 편집국장 외에 주간교수 및 총장도 볼 수 없는 기사원문 제출을 요구했다. 또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 것을 기사로 쓸 수 밖에 없다"는 기자의 말에 "기사화해도 된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비상식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본사는 리턴총학생회가 학생들과 제대로 소통하고 있지 못하다는 학생들의 의견에 대한 총학생회 입장과 한 학기 활동평가를 위해 인터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기사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원칙과 타협하면서까지 결국 인터뷰를 따냈다.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 취재할 모든 사안에 대해서 기사를 요구하는 총학생회의 행태가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점, 그리고 이번 일을 전례로 여타 취재원들도 기사를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고, 각고 끝에 이번 총학생회 인터뷰를 기사화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기사 원문 요구는 곧 검열이며, 명백한 편집권 침해다. 새삼스럽지만 총학생회장은 학생회 사업과 활동에 대해 학생들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으며, 학내 언론사는 전체 학생들을 대신해 학생회를 감시·견제할 소임을 가진다. 언론을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총학생회장의 생각은 자유지만 그것이 학생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한 대표자의 책임과 의무보다 먼저일 수는 없다. 언론의 보도가 정 마뜩잖다면 자신이 직접 나와 홍보하고 설명하면 될 일이다. 총학생회가 계속해서 언론 인터뷰를 거부하는 것은 학생들이 준 권력을 개인적으로 남용한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며, `언론의 신뢰성' 운운은 빛 좋은 포장에 불과하다.
 한국해양대신문은 권력 앞에 당당하며, 원칙 앞에 떳떳한 보도를 위해 보다 심기일전하겠다. 대학사회의 성역과 금기를 넘는 길에 구성원들이 함께 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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