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서거가 우리에게 남긴 것
노 전 대통령 서거가 우리에게 남긴 것
  • 편집부
  • 승인 2009.06.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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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 서거가 우리에게 남긴 것

 지난 달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며 우리의 곁을 떠나갔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즐거운 주말 아침을 맞이하며 티비를 보고 있던 중 긴급 속보 방송을 보는 순간… 갑자기 멍 해졌다. 시간이 정지한 듯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믿기지가 않았다. 이게 정말일까? 갑자기 왜?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는 노 전 태통령의 재임 시절 그의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이였다.
 한미 FTA 추진, 이라크 파병 등 그의 정치적 결정을 나는 결코 이해할 수 없었다.
 많은 진보적인 사람들이 그의 정책에 분노하며 등을 돌렸고, 그의 지지자들도 많이 이탈하였다. 또한 임기 말에는 언론과의 전쟁하며 몇 안 되는 진보언론까지도 적으로 돌리고 마는 서툴고 거친 정책 추진에 실망도 많이 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노제에 모인수만 해도 50만 명, 장례 기간 동안 전국 400만 명이 넘는 추모객들이 직접 분향소를 다녀가는 등 `바보'열풍이라고 할 정도로 추모 행렬은 끝없이 이어졌다. 그것은 아마도 그의 정치적 성과에 대한 시시비비와는 무관하게 인간 노무현이 지닌 사람으로서의 향내 때문일 것이다.
 그는 사람 사는 세상,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꿈꾸었고, 원칙 앞에서 타협하지 않았다.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쉬운 길을 두고 무모한 출마를 거듭하며 `낙선의 달인'이 되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의 모습은 `아름다운 패배자'의 모습이었다.
 임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 낮은 곳에서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모습 속에서 지금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소통'을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한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 때의 아픈 기억 때문일까. 현 정부는 추모를 위해 촛불을 든 사람에게 집시법 위반을 적용하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설치한 분향소를 철거하며, 서울 광장을 전경 버스로 모두 막아버리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만 일삼고 있다. 그들은 `일방적인 소통'은 생각하지 않고 추모의 열기가 제2의 촛불이 되지 않도록 막기에만 전전 긍긍 할 뿐이다.
 6월은 항상 뜨거웠다. 이제 우리 스스로가 눈을 밝히고 귀를 귀울이며, 입을 열 때이다.
 그동안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인해 잃어버렸던 국민들의 주권을 다시 되찾고 민주주의 열망을 외쳤던 87년 6월 항쟁처럼 국민의 힘을 또다시 보여줘야 되지 않을까.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바보 노무현'이 또 한번 우리를 감동시켜주기를 기대해본다.

 박진우 기자
 ars04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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