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구하기, 생각만큼 만만치 않다
방 구하기, 생각만큼 만만치 않다
  • 박세정 객원기자
  • 승인 2010.05.10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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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여권에 AUSTRALIA 라고 도장이 새겨진 순간 뿌듯함과 놀라움에 여권을 품에 안고서 50KG 가량 되는 짐을 무거운줄도 모르고 마중 나온다던 친구를 찾았다. 생각보다 늦게 나온 나를 걱정하던 친구는 나를 보자마자 껴안았는데 나는 너무 정신이 없는터라 친구의 반가움을 맞이하지 못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 포옹은 정말 따뜻했고 뜻깊었었던 것임에 분명했는데 말이다.


 한국서부터 호주까지 온 나름의 영웅담을 풀어놓기도 잠시 유학원의 도움을 받지 않아서 미리 집을 구하지 못한 나는 머무를 곳을 찾아야하는 걱정이 앞섰다. 대부분의 어학연수생들은 한국의 유학원을 통해서 홈스테이나 집을 구해주는 서비스를 받지만 어떻게든 혼자 부딪혀 보겠다고 마음먹은 나는 무방비 상태였던 것이다. 친구가 사는 집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기에 잠을 청할 수 없었고, 이리저리 고민하던 순간 공항에는 백팩커스나 호스텔 등으로 전화를 할 수 있는 무료 전화기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역시 관광업과 농업이 주요산업인 이곳의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쉽지 않았던 건 전화를 해서 영어를 해야한다는 압박감이었다. 오기전 한달간의 연습으로 과연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까 두려웠지만 예상외로 백팩커스 주인들은 친절했으며 천천히 말해주어서 알아 듣기 쉬웠다.

   하지만 예상외로 시티주변의 백팩커스를 찾기 어려웠고 방도 없어서 그냥 무작정 시티를 가보기로 했다. 시티로 가기까지는 버스, 지하철, 택시, 벤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으나 짐도 많고 집 앞까지 가는 그러나 돈은 일정금액만 주면 되는 픽업벤을 타기로 했다. 벤을 타고 시티에 도착, 시티의 풍경을 만끽할 틈도 없이 짐을 놔두기 위해 백팩커스를 찾는데 이게 웬일 엘리베이터 없는 2층! 하는 수 없이 다른 백팩커스로 갔다. 역시나 긴장되는 순간 `방은 있느냐, 어떤 방이 있느냐, 얼마냐' 순식간에 살기위한 생존영어를 구사하고 드디어 방에 당도한 순간, 하얀얼굴에 푸른 눈동자를 기대하며 들어간 4인실인 방안에 아무도 없었다.


 잠시 백팩커스(Back Packers)에 대해 설명하자면 말 그대로 배낭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숙박시설로 한국으로 치면 모텔이나 민박정도로 볼 수 있는데 23인실에서부터 2인실까지 다양한 방이 있다. 물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일종의 값 싼 호스텔이라 봐도 무관한 곳이다.
 백 팩커스에 짐을 풀고 컴퓨터를 하기위해 돌아다녔다. 호주의 유학생들과 어학연수생들을 위한 한국 교민 사이트 [호주나라]에서 정보를 찾을 수도 있지만 영어를 배워보겠다는 열정으로 외국인쉐어 사이트를 찾았다. 여기서 쉐어라함은 보통 여러사람들과 한 아파트나 집에 같이 사는 것을 말한다.

 외국인 쉐어는 www.gumtree.com.au 사이트에서 쉽게 찾을 수 있으며 길 모퉁이에 쉐어 광고를 해놓은 곳이 상당히 많으므로 쉽게 찾을 수 있다. 인터넷검색을 시작한지 1시간이 지났을까 내가 원하는 적당한 가격의 목이 좋은의 집을 발견하고 바로 달려갔다. 집주인은 태국인이었는데 호주발음도 못알아 듣는 나로서는 도대체 무슨말을 하는지 알아 들 수 없었다. 태국발음과 빠른 속도의 영어는 생전처음보는 같은 아시아인에게 무시를 당하고 있다는 느낌과 함께 제대로 주눅들게 했다. 하는 수 없이 친구의 도움을 받아서 집을 둘러볼 수 있었다.

  보통 시드니 시티에서 쉐어를 하면 보통 10명이 기본으로 산다. 방값은 주마다 계산하며 보통 2주일치를 한번에 내는데 한주에 125불이 최저 가격이라 볼 수 있다. 물론 거실이나 베란다에 사는 경우 이보다 싼 값에 머무를 수 있다. 정말 놀라운 것은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거실에서 제대로된 사생활도 보호받지 못하고 살고 있으며 춥고 더운 베란다에도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생활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한국 사람들은 이 얘기에 경악을 금치 못하지만 정작 호주에서는 돈 없는 외국인이 감수해야할 몫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도 나는 4인이 함께 방을 쓰는 안방을 선택했다. 한국인은 나를 비롯해 한명이 있었지만 영어교육과 출신의 언니라 영어공부하기에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대부분의 쉐어는 보증금을 걸어야 하며 이는 최소 개월 수 곱하기 한주의 방값이다. 계약시엔 계약서를 쓰고 그 계약서를 받는게 나중의 어려움을 대비해서 좋다. 우선 입주를 계획 마무리 짓고 집에서 나왔다. 그제서야 느끼는 해방감과 자유. "집도 해결되었겠다 드디어 이 자유로운 시드니의 공기를 흠뻑 들어마실 시간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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