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덥고 습한데 에어컨이 없다” 생활관 내 에어컨, 올해도 문제 투성이
“너무 덥고 습한데 에어컨이 없다” 생활관 내 에어컨, 올해도 문제 투성이
  • 신형서 기자
  • 승인 2023.10.11 14: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여름, 유난히 무더웠던 부산 그리고 생활관은...

_2023년 여름의 부산은 유난히 더웠다. 일일 기온이 섭씨 30도를 웃도는 날들이 많았고, 여름이 끝나갈 무렵인 9월 초까지 더위는 계속 이어졌다. 2학기 개강 직후인 9월 4일 부산의 온도가 섭씨 30.2도까지 올라가자, 기상청은 부산 지역에 폭염 주의보를 내렸다.

[그림 1. ▲8월의 부산의 기온 <출처=기상청>] 

_교내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는 학우들은 개강 후에도 지속된 무더위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다. 자유로운 에어컨 사용이 불가능한 승선생활관, 에어컨이 전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입지관과 누리관에 사는 학우들은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 본지는 올여름 우리대학 기숙사 내 에어컨 사용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자유로운 냉방 가동이 불가능한 승선생활관

_승선생활관에는 전 호실에 에어컨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승선생활관 내 에어컨은 승선생활관 운영 사무실에서만 제어가 가능한 방식이라 학생들이 마음대로 가동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올해는 6월 12일부터 하루 세 번 지정된 시간에 한해서 에어컨이 가동됐으며, 지정시간 외에는 에어컨이 전혀 가동되지 않았다.

_2학기가 시작된 후에도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일부 학생들이 에어컨을 강제 가동하기도 했다. 승선생활관 내 에어컨은 일반적으로 중앙제어 방식의 시스템 에어컨이지만, 2~3층 호실에 한해서는 일반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다. 학생들은 멀티탭을 활용하여 해당 에어컨의 코드를 에어컨 사용 기록이 찍히지 않는 콘센트에 연결해 사용한다. 이는 에어컨 사용을 적발하기 어려워 고안해낸 강제 가동 방법이다. 하지만 2~3층 학생이라도 지정 시간 외에 에어컨을 가동하는 것이 적발됐을 경우엔 해당 학생은 「승선생활관 시행세칙 제 50조」에 의거해 30점의 벌점 지적 및 과실교육 참여 처분을 받게 된다. 

_강력한 처벌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올여름 학우들은 에어컨을 강제로 가동했다. 현재 승선생활관 2층에 거주하고 있는 해사대학 A 학우는 “에어컨을 무단으로 사용하면 벌점과 과실 교육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무더운 낮에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살 수가 없어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에어컨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_지정 시간 외에 에어컨을 전혀 가동하지 못하는 4층 이상 거주 학생들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현재 승선생활관 5층에 거주하고 있는 B 학우는 “너무 무덥고 습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며 “낮에는 주로 스페이스나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낸다. 온도가 너무 높은 날에는 생활관 내에서 낮잠조차 잘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승선생활관 측에서 에어컨 가동 시간을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개선을 요구했다.

_한편 무더위 속 에어컨 강제 가동을 하는 학생들이 갈수록 늘어나자 승선생활관 생활교육지도관은 9월 2일, 강제 사용 금지 공지 이후로 에어컨을 강제 사용하는 것이 확인됐을 경우 ‘지시사항불이행’, ‘에너지관리수칙위반’을 사유로 벌점을 부여할 예정임을 밝혔다.

[사진 2. ▲ 에어컨 강제사용 금지 공지문 <사진=신형서 기자>] 

 

[사진 3. ▲ 승선생활관 객실 내 에어컨 사진 <사진=신형서 기자>]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입지관과 누리관

_승선생활관에는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어 지정 시간에나마 가동할 수 있지만, 입지관과 누리관에는 에어컨 자체가 설치되어있지 않아 거주 학생들은 무더위 속에 그대로 노출됐다. 

_입지관에 거주하는 이의섭(조선해양시스템공학부·20학번) 학우는 “일조 시간인 11~17시까지는 학내의 다른 건물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기숙사에는 해가 지고 난 후에 입실하고 더위가 너무 심한 날에는 늦은 시간에 잠만 자러 기숙사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_섬에 위치한 우리대학 지리적 특성상, 여름철 기숙사 안은 바다로 인한 습기로 가득하다. 이의섭 학우는 습기 때문에 세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을 또 하나의 문제로 설명했다. 이의섭 학우는 “방에 에어컨이 없어서 제습이 되지 않아 세탁물을 건조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다”며 “건조기를 돌리지 않는 이상 세탁물에서 덜 마른 불쾌한 냄새가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에어컨의 부재로 인한 불편을 토로했다. 

_습도가 낮고 바람이 통하는 복도는 입지관 관생들에게 유일한 희망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문을 열게 되어 사생활이 침해되는 상황도 있었다. 이의섭 학우는 “덥고 습한 방에 비해 복도가 시원한 편이기에 관생들이 방문을 열고 생활하는 경우가 허다하나 이로 인해 서로 간에 원치 않는 불편한 상황이 연출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사진 4. ▲ 에어컨이 없는 입지관 내 객실 <사진=신형서 기자>] 

_누리관에 거주 중인 이다원 학우(국제관계학과·20학번)는 “생활관 내에 에어컨과 같은 냉방 시설이 없다는 건 최소한의 생활 환경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누리관은 ▲전기장판 ▲히터 등 화재 발생 위험이 있는 온열 기구 및 전열기구의 반입은 금지되어 있지만, 선풍기 등 단순 전자제품의 반입은 허용한다. 이에 학생생활관 측은 "소비전력 400W 미만의 제습기의 반입은 허용하는 등 유연한 전열기기 반입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_에어컨이 없어 학우들이 건강 문제를 겪는 일도 종종 있다. 이다원 학우는 “룸메이트 중 한 명이 땀띠로 고생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가 에어컨 없이 무덥고 습한 여름을 보내다 생긴 일임을 강조했다. 이러한 피해를 줄이고자 관생들은 자체적으로 여름철 무더위에 대처하고자 했지만 이다원 학우는 “그저 짜증을 내며 부채질 할 뿐”이라며 현실적인 방안이 없음을 전했다. 

[사진 5. ▲ 에어컨이 없는 누리관 내 객실 <사진=신형서 기자>] 

에어컨 관리 및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아라관 

_가장 최근에 지어진 학생생활관인 아라관에는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다. 아라관 거주 관생들은 입지관, 누리관 관생들보다는 비교적 쾌적한 여름을 보낼 수 있지만, 아라관 내에서도 설치된 에어컨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는 학생들의 지적이 존재했다.  

_아라관에 거주 중인 C 학우는 “아라관 객실 내에 있는 에어컨은 작동이 잘 되지만, 퀴퀴한 냄새가 난다”며 “아마 에어컨 내부 필터 청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아라관에 거주 중인 D 학우는 “24시간 내내 에어컨을 가동할 수 있다는 것은 아라관의 장점이지만, 에어컨을 가동할 때마다 목과 코가 따갑다”며 “에어컨 필터를 좀 더 깨끗하게 청소해 줬으면 좋겠다”고 에어컨 내부 청소에 조금 더 신경을 써 달라고 요구했다.

[사진 6. ▲ 아라관 객실 내 에어컨 사진 <사진=신형서 기자>] 

앞으로의 생활관 냉방은? 

_승선생활관 운영팀 측에서는 ▲자유롭지 않은 냉방 가동 ▲불만이 많은 냉방 가동 시간 ▲에어컨 강제 가동 문제 등에 대해 따로 해결책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운영팀은 “ 24시간 내내 에어컨을 가동하기에는 예산 문제가 있다. 또한 「승선생활관 시행세칙 제 15장 66조 ‘공공기관 에너지이용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 따라 생활관의 냉난방 설비 가동 시 무조건 하계 기간 중 섭씨 28도 이상으로 실내온도를 유지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정해진 시간 외에 냉방기를 가동할 수 없어 불편하겠지만 에너지 절약에 조금이나마 기여한다는 마음으로 협조해 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_한편 학생생활관의 경우 생활관 신축 및 기존 생활관 리모델링을 계획 중에 있다. 김준영 학생생활관장(이하 김 관장)에 따르면 시설이 상당히 낙후된 입지관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철거될 예정이며, 해양박물관 옆 부지에 2024년 하반기 입주를 목표로 한 BTL 생활관 신축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500여 명의 학우들이 입주할 BTL 생활관에는 모든 객실에 에어컨이 설치될 예정이다. 이어 김 관장은 “누리관 또한 내년에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해 에어컨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내년부터는 학생생활관 모두 냉방 사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_학생생활관 측은 아라관 객실 내 에어컨의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학생들의 지적에도 입장을 밝혔다. 학생생활관 박성민 팀장(이하 박 팀장)은 “아라관 내 객실의 에어컨은 1-2년 주기로 청소를 하고 있으며, 7-8년 주기로 에어컨을 완전 분해하고 내부 부품까지 청소, 수리하는 정밀 분해 청소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생활관 내 에어컨에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접수될 때마다 운영팀에서는 에어컨 주변을 향균 티슈로 닦고 곰팡이 제거제를 뿌리며 더 이상 악취와 곰팡이가 생기지 않도록 대응하고 있다. 박 팀장은 “올해 여름이 유난히 습해서 곰팡이 문제가 자주 생기는 것 같다”며 “에어컨을 자유롭게 사용하되 중간중간에 환기를 한 번씩 시켜주면 곰팡이 냄새도 줄고, 학생 본인의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_김 관장은 “내년이나 내후년에 학생생활관의 신축과 리모델링이 끝나면 에어컨 설치는 물론, 생활에 필요한 다른 설비들 또한 신식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학생들이 더 이상 여름철 무더위로 고생하지 않고 쾌적한 생활 환경에서 더욱 열심히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기대의 마음을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